'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6 · 미국 · 사진)의 부활이 더 힘들어졌다. 그의 재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우즈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즈는 1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의 TPC소그래스(파72)에서 열린 플레이어스챔피언십 1라운드 전반 9개홀에서 6오버파를 친 뒤 기권했다. 한 달 전 마스터스 2라운드에서 66타,최종 라운드에서 67타를 쳐 공동 4위에 오를 때만 해도 샷 감각을 되찾는 듯했다. 우즈도 새로운 스윙코치 숀 폴리와의 스윙 교정이 거의 마무리됐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왼쪽 무릎과 아킬레스건의 부상이 도지면서 지난주 퀘일할로챔피언십을 건너뛰더니 이번에는 '아마추어 스코어'를 내면서 대회를 중도 포기했다.

외신들은 우즈가 20세부터 목표로 삼았던 잭 니클로스의 메이저대회 18승 위업을 넘어서기 힘들게 됐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즈는 2008년 US오픈에서 메이저 14승을 달성한 뒤 3년가량 메이저 우승컵을 안지 못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US오픈 출전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부상이 완쾌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출전한 게 화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우즈는 지난해 말 왼쪽 발목 통증 때문에 염증을 줄여주는 '코르티손 주사(cortisone shot)'를 맞으면서 많은 우려를 낳았다.

우즈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불륜 스캔들로 실추된 위상과 이미지를 되찾기 위해 올초부터 무리한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마스터스 직후 부상이 도진 상태에서 후원사인 나이키 홍보를 위해 중국과 일본 방문을 강행했다. 한국에서도 주니어들을 위해 샷 시범을 하는 도중 왼발을 급히 빼는 모습을 수차례 보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틀간 연습라운드를 함께한 우즈의 '절친' 마크 오메라(미국 · 54)는 "솔직히 우즈의 속내를 읽기 어려울 때가 많다. 언젠가 다리가 어떠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했었다. 괜찮다는 것이 다리가 괜찮다는 것인지,인사치레로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오메라는 이어 "스윙 코치인 폴리에게 물었더니 우즈가 볼은 칠 수 있지만 걷는 것이 힘든 상태라고 했다"고 전했다.

오메라는 1라운드를 마친 뒤 기권 소식을 접하고 우즈에게 문자를 보냈다. 우즈는 "너무 잘못 쳤고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고 답했다고 한다. 우즈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도 모르겠다"는 짤막한 말을 남긴 채 황급히 대회장을 떠났다.

일본프로골프투어에서 우즈와 동반 플레이를 한 적이 있는 김종덕 프로는 "몸이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 우즈가 욕심을 내고 있는 것 같다. 현재로서는 완벽하게 나을 때까지 대회에 나오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