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스탠더드차타드 유소년축구 발전 세미나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즐기면서 축구 경기를 할 수 있게 지도하되 선수가 아니라도 다양한 진로를 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리버풀 유소년축구 교육의 핵심입니다."

한국 축구를 이끌 꿈나무들을 더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축구계의 노력이 모이는 가운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구단 리버풀FC의 유소년 아카데미 코치들이 유소년 선수 육성 노하우를 공개했다.

리버풀의 공식 후원사인 스탠다드차타드(SC제일은행)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6일 오후 종로구 공평동 SC제일은행 본점 4층에서 'K리그 유소년 축구 발전세미나'를 개최했다.

리버풀의 전설적인 선수였던 이안 러시가 홍보대사로 있는 아카데미 코치진들은 정몽규 프로연맹 총재와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 등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유소년 선수를 지도할 때 '즐기는 축구'와 '다양한 진로 보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도자들이 어린 선수들이 축구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반복학습을 유도하는 동시에 축구를 그만두더라도 다른 진로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 홍보대사는 "리버풀 유소년 아카데미 축구 교육의 특징은 '간단하게 하자'는 것이다"라며 "어린 선수에게 너무 많은 걸 한 번에 가르치려고 하면 안 된다.

선수마다 습득능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릴 때는 조금씩 반복해가며 흥미를 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렉스 아놀드 코치는 "연고지 출신의 좋은 재목을 발굴해 훌륭한 프로 선수로 키워내려면 훈련을 통해서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즐겁게 발휘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벤 파스나지 코치도 "리버풀 유소년 클럽의 가장 어린 단계인 5~8세 팀까지는 선수들이 공을 편하게 여길 수 있도록 기본적인 볼 컨트롤 능력을 길러주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좀 더 어려운 기술은 9세 이상이 돼야 가르치기 시작한다"고 소개했다.

유소년 선수들이 중간에 축구를 그만두더라도 적성에 따라 다른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축구와 학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리버풀 유소년 아카데미는 9~14세 팀과 15~16세 팀원들에게 오전에 각자 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뒤 오후 5시부터 2시간 정도만 훈련하도록 했다.

또 프로 선수 전단계인 장학선수 단계를 거쳐 리버풀 등 다른 프로팀과 정식 프로계약을 맺지 못하더라도 영국 직업자격위원회(BTEC)에서 부여하는 스포츠 교육 국가자격증을 따거나 대입자격시험인 A레벨을 치러 진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러시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축구도 교육 방식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며 "아카데미에 들어오더라도 프로선수로 남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나머지 선수들이 축구를 그만두거나 선수 외에 다른 진로를 택하더라도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인생의 다양한 측면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러시는 또 한국의 어린 선수들의 장점에 대한 질문에 "2002년 월드컵 이후 한국 선수들의 성실함과 경기운영 능력,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다"며 "특히 박지성은 전 세계 아이들의 우상이 되고 있다.

한국의 어린 선수들이 이런 태도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코치진들은 이밖에 인성과 정신력, 잠재력, 경기 운영능력을 리버풀 유소년 아카데미가 찾는 좋은 재목의 요건으로 꼽았으며 좋은 유소년 축구 지도자들은 긍정적인 태도와 열정, 자신감, 경험을 쉽게 풀어내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리버풀 유소년 아카데미 코치진은 28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유소년과 시각장애인 선수를 대상으로 축구 클리닉을 진행한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