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윤석민 이어 김광현도 '뭇매'

올해 프로야구에서 '꿈의 20승'을 달성할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투수들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류현진(24·한화)과 윤석민(25·KIA)에 이어 지난 시즌 다승왕 김광현(23·SK)도 두 번째 등판에서 집중타를 얻어맞고 조기 강판되는 수모를 겪었다.

김광현은 1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3이닝 동안 5피안타 3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1회부터 연속 안타를 허용해 실점하더니 2회에는 볼넷을 2개나 내주면서 또 점수를 내줬다.

3회 마운드까지 올라온 김성근 감독의 지도를 받고 연속 삼진을 잡아내 살아나는가 했지만 4회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하자 바로 교체됐다.

'대한민국 에이스'의 동반 부진이다.

앞서 류현진은 2일 롯데와의 개막전에서 4⅓이닝 동안 5점을 내주더니 8일 대구 LG전에서도 6이닝 동안 개인 최다인 7점(6자책점)을 빼앗겨 2연패에 빠졌다.

윤석민 역시 삼성과의 개막전에서 7회까지 잘 던지다 8회 연속 안타를 맞아 무너지면서 패전의 멍에를 썼고, 9일 두산전에서는 5이닝 동안 무려 8점을 빼앗기는 치욕을 맛봤다.

김광현과 류현진, 윤석민은 모두 1999년 정민태(20승)이후 12년 만에 '토종 20승'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받는 한국 최고의 투수들이다.

외국인 투수 중에서는 2007년 리오스(당시 두산)가 22승을 올린 적이 있지만 한국인 투수는 정민태 이후 아무도 18승의 벽을 넘지 못했다.

시범경기부터 '투고타저' 현상을 보인 올해는 어느 때보다도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가 팽배했다.

데뷔 후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던 류현진은 여전히 믿음직스러웠고, 새로 변형 포크볼을 장착한 윤석민도 20승을 목표로 삼을 만큼 자신감을 보였다.

김광현 역시 오랜만에 완전한 몸으로 시즌을 시작한다며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나란히 실망스런 성적을 거두고 있다.

나란히 두 경기를 치른 10일까지 류현진은 2패에 평균자책점 9.58이고 윤석민은 1패 평균자책점 8.03, 김광현은 1패 평균자책점 5.59이다.

단순히 초반 운이 따르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투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SK 김성근(69) 감독은 "다들 제구가 불안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투구 자세와 리듬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다.

릴리스 포인트(공을 놓는 지점)를 충분히 앞으로 끌어오지 못하다 보니 공 끝에 힘이 떨어지고 낮게 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김광현은 볼넷을 5개나 내주는 등 들쭉날쭉했고, 스트라이크존 높은 곳에 공을 집어넣었다가 안타를 맞는 일이 잦았다.

롯데에서 감독과 투수코치를 역임했던 양상문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직구의 힘이 떨어진 데 주목했다.

양 위원은 "세 투수는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도 타자들을 요리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류현진과 윤석민 등은 너무 이른 나이에 체인지업 비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체인지업과 스플리터 등을 던지면 타자들을 속이기 쉽지만 맛을 들이면 직구 구속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주로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김광현도 이날 갈수록 포크볼을 던지는 횟수가 많아졌다.

직구 최고구속은 147㎞로 준수했지만 지난해 첫 등판에서 최고 152㎞까지 찍었던 것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흥미롭게도 양 위원은 투수의 '초심'이라고 할 만한 직구를 화두로 던졌다.

20승을 향해 도전을 시작한 국내 최고 투수들이 각자 초심을 되찾아 위기를 딛고 고지에 올라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천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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