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사랑을 담은 골퍼가 이겼다. "

미국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 우승컵은 미국의 스테이시 루이스(26)가 차지했다. 루이스는 4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선두 청야니(대만)에게 1타 뒤진 2위로 출발했으나 3언더파 69타를 치며 3타차 역전우승을 일궈냈다. 프로 데뷔 후 첫승이며 우승상금은 30만달러다.

지난주 신지애가 랭킹 100위 산드라 갈(독일)에게 패한 데 이어 1위 청야니까지 랭킹 28위의 우승 경험이 없는 선수에게 무너지면서 2주 연속 세계랭킹 1,2위가 무명 선수에게 역전패당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대수술 이후 골프는 고통

루이스는 8세 때 골프를 시작했다. 그러나 11세 때 척추가 휘어지는 '척추측만증'을 앓았다. 그래서 7년반 동안 매일 18시간씩 디스크 환자들이 사용하는 '허리보조대'를 입고 다녔다. 골프를 하고 싶어 고교 3학년 때 5개의 심을 박아 척추를 바로세우는 대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6개월간 골프는커녕 병상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이후 그에게 골프는 고통이었다. 골프를 그만두라는 어머니와 다투는 일도 잦아졌다. 그러나 피나는 노력 끝에 재활에 성공해 아칸소대 시절 12승을 거두고 네 차례나 대표선수로 선발되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르완다 경험,그를 성숙시키다

루이스는 어머니와 친한 베시킹이 운영하는 아프리카 자선단체와 함께 오프 시즌에 아프리카로 떠났다. 르완다에서 물을 마시고 음식을 먹는 평범한 일상이 이들에게는 얼마나 고달프고 힘든 일인지를 현장에서 봤다. 그런 환경속에서도 감사할 줄 아는 현지인들의 모습은 그에게 충격이었다.

자신처럼 척추측만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는 이들을 돕는 데 발벗고 나섰다. 투어 상금도 이들을 돕기 위한 일환으로 생각할 정도였다. 아프리카 자선 활동은 그 자체도 힘들지만 돌아와서 컨디션을 되찾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고된 행군이었다.

신은 '천사' 루이스에게 강한 멘탈을 선물해줬다. 한 타 한 타에 가슴 졸이며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곤 했던 그가 골프에 임하는 태도도 확 달라졌다. 나의 한 타가 어려운 르완다 아이들을 도울 수 있게 된다는 생각에 신중해졌고 욕심에서 벗어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루이스는 "내가 잘 치면 남을 더 도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골프를 쳤다"고 말했다. 그의 멘탈은 메이저대회에서 세계 1인자와 맞붙어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으로 드러났다.

◆스윙 교정 효험

그는 2008년 퀄리파잉스쿨에 수석합격할 정도로 잠재력이 높은 선수였다. 당시 함께 Q스쿨을 치른 미셸 위는 7위로 통과했다. 미셸 위가 2승을 올리는 동안 루이스는 우승컵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그러다 자신과 잘 맞는 스윙 코치를 만나면서 샷이 견고해졌다. 이전까지는 손을 이용해 테이크 어웨이를 했으나 손과 몸을 한꺼번에 '원 피스'로 백스윙하는 것으로 재정비했다. 이날 청야니와의 샷대결에서 루이스는 전혀 밀리지 않았다. 투어 최장타자인 청야니보다 드라이버샷을 멀리 치는 홀이 더 많았다.

특히 퍼팅이 압권이었다. 9번홀에서 2.5m 버디를 성공시키며 보기를 한 청야니에게 1타차로 첫 역전한 뒤 12번홀에서도 3m 버디를 떨구며 2타차로 달아났다. 반면 청야니는 퍼팅이 계속 홀을 스쳐 지나가며 전세를 뒤집지 못했다. 17번홀(파3)에서 루이스가 티샷을 벙커에 빠뜨린 뒤 벙커샷마저 홀을 5m가량 지나쳤으나 특유의 집중력으로 파세이브를 성공했을 때 청야니는 보기를 범하며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