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경기 골을 넣고 싶다"

소속팀 상주상무에서 공격수로 화려하게 변신해 주목받은 김정우(29)가 축구대표팀에서도 멀티-플레이어로서 재능을 마음껏 뽐냈다.

김정우는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온두라스 대표팀과의 친선경기에서 1-0으로 앞선 전반 43분 추가 골을 넣어 '조광래호'의 4-0 완승에 큰 힘을 보탰다.

기성용(셀틱)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찔러준 공을 박주영(모나코)이 살짝 흘려주자 김정우가 골문 정면에서 차분하게 오른발로 차 넣었다.

지난해 9월 열린 이란과의 친선경기 이후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던 김정우는 6개월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경기에서 골 맛까지 봐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제자리지만 올해 상주상무에서 공격수로 보직을 바꾼 김정우로서는 대표팀에서도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음을 직접 보여줬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경기였다.

김정우는 이날 4-1-4-1 포메이션에서 이용래(수원)와 함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다.

그리고 기성용(셀틱)이 수비형 미드필더의 임무를 맡아 이날 대표팀의 중앙 미드필더는 역삼각형 구도로 운용됐다.

사실 김정우를 대표팀에 다시 부른 조광래 감독은 그의 활용법을 놓고 고민을 좀 했다.

공격수 자원이 마땅치 않은 팀 사정으로 상주에서 공격수로 변신한 김정우가 올해 정규리그 세 경기에서 벌써 네 골을 터트려 득점 랭킹 공동 선두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스트라이커로 뛰면서 득점상을 차지한 적이 있다고는 해도 2003년 울산 현대에서 K리그에 데뷔한 김정우가 지난해까지 한국 프로축구 168경기를 뛰면서 넣은 골이 총 14골(13도움)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놀랄 만한 일이다.

그래서 조 감독도 이번에 대표팀 명단을 발표할 때 김정우를 미드필더가 아닌 공격수로 뽑았다.

조 감독은 김정우에게 처진 스트라이커의 임무를 맡길 생각이었다.

김정우는 대표팀에서 제자리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경쟁하고 싶은 마음을 조심스레 드러냈지만 결국 공격 쪽에 보다 비중이 큰 임무를 맡았다.

새 옷이 어색할 법도 했지만, 김정우는 후반 41분 윤빛가람(경남)과 교체될 때까지 86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득점포까지 가동해 제 몫을 훌륭하게 해냈다.

김정우는 경기 후 "기성용이 수비적으로 잘 해줘 공격하기가 편했다"면서 "미드필더 세 명의 협력 플레이가 잘 이뤄져 체력적인 부담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골 욕심도 많고, 골을 넣겠다는 의지도 강하다"면서 "매 경기 골을 넣고 싶다.

K리그에서도 계속 득점 레이스를 이어가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조 감독은 이번 대표팀 소집을 통해 기존 선수들의 포지션에 변화를 줘 경쟁 구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김정우는 조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대표팀 내 경쟁 구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조 감독의 다양한 전술 운용에도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