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4일 수도권 골프장서 팬 만남 행사

2004년 11월12일 제주공항 입국장에 청바지와 회색 티셔츠를 입고 운동화를 신은 한 사나이가 들어왔다.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고 그를 보러온 인파로 입국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그때 한국의 골프팬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사나이가 바로 골프황제로 불리는 타이거 우즈(미국)다.

우즈는 한국남녀 골프의 간판스타인 최경주·박세리, 유럽의 골프 강호인 콜린 몽고메리와 제주 라온골프장에서 스킨스게임을 벌였다.

경이로운 스킬샷을 뽐내며 한국의 팬들을 매료한 것은 물론이다.

7년이 지난 뒤 우즈를 후원하는 나이키골프가 우즈의 방한 행사를 마련한다.

나이키골프 코리아 관계자는 8일 "우즈가 중국을 거쳐 내달 한국을 방문한다"며 "내달 14일 하루 동안 100여 명의 팬들을 만나 자신의 골프 이야기를 들려주고 스킬샷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수도권의 한 골프장이 유력한 행사 장소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첫 방문 때와 비교하면 우즈가 처한 현 상황은 너무나 바뀌었다.

2009년 11월 집앞에서 교통사고를 낸 뒤 터져 나온 성추문과 2010년 뒤늦은 투어 복귀, 그리고 이혼 후 계속된 성적 부진은 골프황제로서의 이미지를 조금씩 약화시켰다.

올 들어서도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1회전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해 세계골프랭킹에서 1위 자리를 내놓고 5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7년 전 방한이 한국의 골프장 초청으로 이뤄졌다면 이번 방한은 우즈의 후원사인 나이키가 주선한 것이 다른 점이다.

성추문 이후 많은 스폰서들이 우즈에게 등을 돌렸지만, 나이키만큼은 계속해서 우즈를 지원했다.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우즈의 노력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우즈는 작년 2월 지인과 일부 언론사 기자들만 초청한 자리에서 팬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나서 CF 활동을 재개했다.

또 2009년 6월 자신의 이름으로 트위터 계정을 개설한 뒤 한 번도 이용하지 않다가 1년이 지나서야 "여러분! 안녕하세요? 드디어 저도 트위터를 시작합니다"라는 첫 글로 팬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우즈의 변화를 한국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이번 방한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거쳐 들어오는 우즈가 한국에서 공식행사를 하는 것은 단 하루다.

한국 행사가 끝나면 우즈는 곧바로 일본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한국팬들과 소통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골프황제의 카리스마와 신기의 샷이 부활하기를 고대하는 한국팬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그의 이번 방한은 상당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즈는 한국을 찾기 직전인 4월 7~10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 출전할 예정이어서 이 대회의 성적도 한국팬들의 성원 정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