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IOC 위원이 준비한 '영접 프로그램'은 치밀한 준비 속에 물 흐르듯 진행됐다. 이 회장은 이틀 전부터 보광휘닉스파크 블루콘도 28층 프레지던츠룸에 숙박하면서 IOC 평가단 영접을 준비해왔다.

이날 프레젠테이션에 등장한 2대의 50인치 LED TV부터 평가단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스노보드와 프리스타일 경기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서 진행한 '최첨단 프레젠테이션'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깜짝 이벤트'였다.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나온 이서현 제일기획 부사장은 평가단의 반응이 어땠느냐는 물음에 "좋아하셨다"고 답했다.

더 큰 관심을 끈 것은 오찬 메뉴였다. 오찬은 한식과 일식 퓨전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휘닉스파크호텔 1층의 자스미나에서 열렸다. 메뉴는 한정식 코스요리로 짜여졌다. 먼저 영덕 대게살 무침이 나왔고 호두와 대추가 들어간 잣죽이 따라나왔다. 다음으로 한국의 대표 요리인 '능이버섯 잡채'가 추가됐고 어만두와 밀쌈말이가 더해졌다.

메인 메뉴는 지역 특산물로 구성했다. '바삭한 호박전과 평창 한우 왕갈비'가 등장했고 휘닉스파크 스키장 정상인 태기산의 산나물로 만든 밥과 아욱국이 제공됐다. 디저트는 강릉 한과와 식혜였다.

구닐라 린드버그 IOC 평가단장이 한과를 보고 궁금증을 표시하자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코리안 쿠키"라고 설명해줬다. 곁들인 와인은 공교롭게도 경쟁도시 안시가 있는 프랑스산 와인이었다. 화이트는 알자스지방의 1999년산 '진트 움브레히트 리슬링 하임부르크'였고 레드는 2003년산 메를로 품종의 '푸피유'로 매칭했다. 평가단은 거의 모든 접시를 비울 정도로 만족스러워했다.

오찬장의 헤드 테이블에는 이 회장 바로 옆으로 린드버그 평가단장이 자리했다. 그 옆에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장,길버트 펠리 IOC 수석국장,박선규 차관,박용성 대한체육회장,한승수 특별고문,강기창 강원도지사 권한대행,김진선 특임대사,배리 마이스터 IOC 위원,김재열 빙상경기연맹 회장 직무대행이 앉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평가단 가운데 다케다 쓰네가즈 일본올림픽위원장과 드와이트 벨 국제루지연맹 미국 대표,휠체어를 타고 평가에 나선 앤 코디 등과 식사를 함께 했다.

평창=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