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귀환'은 이루지 못한 대신 `왕자'들을 키워냈다.

29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과 3-4위전에서 승리하며 2011 아시안컵 축구대회를 마무리한 한국 축구 대표팀은 우승컵은 놓쳤지만 `젊은 피'의 활약으로 세대교체라는 또다른 목표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는 값진 성과를 얻었다.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신호탄을 쏘아 올린 대표팀의 세대교체는 이번 아시안컵을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아시안컵 대표팀의 평균연령은 24.8세로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대표팀(27.5세)보다 2.7세 낮아졌는데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숫자 차이 이상이다.

남아공 월드컵 당시 이청용(23.볼턴)과 기성용(22.셀틱) 등 20대 초반의 기대주들이 박지성(30.맨유), 이영표(34.알힐랄) 등 베테랑과 신구 조화를 이뤘다면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젊은 선수들이 더욱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며 젊은 기운을 불어넣었다.

대회 시작 전까지만 해도 무릎 부상으로 빠진 주전 공격수 박주영(26.AS모나코)의 공백을 어린 선수들이 얼마나 메울 수 있을지 걱정을 불러일으켰지만 K-리그에서 성장한 신예들이 펄펄 날아다니며 주위의 우려를 깨끗이 씻어냈다.

특히 구자철(22.제주)과 지동원(20.전남)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박주영의 부상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중용된 구자철은 바레인과 조별리그 첫 경기 두골을 시작으로 3-4위전까지 모두 5골을 몰아쳤고 원톱이라는 중임을 맡은 지동원도 구자철과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4골을 보탰다.

조광래 감독이 사령탑을 맡았던 경남FC 소속인 윤빛가람(21)은 이번 대회에서 교체 선수로 밀려 벤치를 주로 지켰으나 이란과 8강에서 연장 결승골을 뽑아내는 결정적인 활약을 했고 막내 손흥민(19.함부르크)도 인도전에서 A매치 데뷔골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성공시킨 13골 중 구자철이 5골, 지동원이 4골을 넣었고 손흥민(19.함부르크)과 윤빛가람(21.경남), 기성용, 황재원(30.수원)이 각각 한 골씩 보탰다.

황재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로 23세 이하로 출전 선수의 연령을 제한한 내년 런던 올림픽도 참가할 수 있을 정도다.

이같은 한국팀의 변화에 AFP통신 등 외신들도 '남아공 월드컵에서 요아힘 뢰브 감독이 이끌었던 독일 대표팀과 닮았다'고 주목했다.

당시 독일은 평균 나이 25.3세로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의 24.2세 이후 가장 젊은 팀이었지만 강호 잉글랜드(4-1 승), 아르헨티나(4-0 승)를 대파하며 3위를 차지했다.

물론 아직 과제는 남아 있다.

체력과 전술 적응 면에서 좀 더 가다듬을 점이 있고 이번 대회 포백(4-Back) 주전을 뛴 이영표(34.알힐랄), 이정수(31.알사드), 곽태휘(30.교토상가), 황재원(30.수원), 차두리(31.셀틱) 등의 뒤를 이을 수비 요원들을 정비해야 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얼굴을 알린 신예들이 착실히 성장해 간다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향한 한국 축구의 여정에 소중한 씨앗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