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변화에 대해 상당히 큰 것을 얻었다"

51년 만에 아시안컵 축구대회 정상 도전에 나섰던 축구대표팀이 우즈베키스탄과 3-4위전에서 승리해 3위의 성적을 거두며 애초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강한 압박과 세밀하고 빠른 패스 플레이를 앞세운 '조광래식 축구'는 합격점을 받았다.

조광래(57) 감독 부임 초기 이청용(볼턴) 조차 "조 감독님의 주문은 만화에서나 가능하다"고 말했을 정도로 새로운 전술에 대한 적응이 쉽지 않았지만 한국 축구는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스페인이 보여준 유기적 패스 플레이에 근접하면서 도약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경남FC 사령탑 시절부터 "미드필더의 짧은 패스를 통한 중원장악이 핵심"이라고 강조해온 조 감독은 "미드필더의 패싱 플레이에 초점을 맞췄다.

중원의 장악 없이는 비전도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정교한 패스를 통한 경기 지배를 강조해왔다.

조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나서도 중원 장악을 통해 볼 점유율을 높이고, 불필요한 드리블을 배제하면서 조직적인 공간 확보를 통한 빠른 패스를 앞세워 득점에 나서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를 바탕으로 조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취임 4개월 여만에 나선 아시안컵에서 조별리그부터 3-4위전까지 6경기를 치르는 동안 13골을 기록, 경기당 평균 2.2골의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놓았다.

◇살아난 빠른 패스 '중원 장악과 역습의 밑거름'

조광래 축구의 핵심은 중원 장악과 빠르고 정교한 패스로 압축된다.

축구의 기본적인 공식이지만 그동안 한국 축구의 맹점으로 꼽혀왔던 전술이었다.

조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중원 장악-빠른 패스'를 아시안컵의 1차 해결 과제로 삼고 지난해 8월부터 대표팀 소집훈련 때마다 선수들에게 훈련의 개요가 적인 '족집게 노트'를 제공하면서 훈련의 성과를 높이는 데 애를 써왔다.

조 감독은 1단계 목표를 '빠른 템포의 패스 플레이'로 잡았고,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기복 없는 빠른 패스와 중원 장악력을 선보여줬다.

특히 이란과 8강전에서 태극전사들은 강한 중원 압박을 빠른 원터치 패스로 벗어나면서 순식간에 공격에 나서면서 "대표팀이 달라졌다"는 팬들의 평가를 이끌어냈다.

더불어 186㎝의 큰 키에도 민첩하고 유연한 몸놀림으로 상대 수비진을 휘저으며 타깃맨의 임무를 훌륭하게 해낸 지동원을 중심으로 구자철(제주), 이청용,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2선 공격이 어우러진 공격 전술도 훨씬 다양해졌다.

특히 볼 소유와 발재간이 뛰어난 기성용(셀틱)과 함께 새로운 얼굴로 등장한 미드필더 이용래(수원)는 파괴력과 헌신적인 수비를 앞세워 중원 장악에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다.

◇공간 창조와 완벽한 마무리 '절실'

조광래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을 결산하면서 "이제 어떤 상대를 만나도 우리가 추구하는 패스 플레이가 어느 정도는 나올 정도로 선수들의 몸에 배었다"며 "강한 압박을 구사하면서 경기를 즐길 줄 알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제 1단계 목표는 어는 정도 완수했다는 게 조 감독의 생각이다.

이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내다보면서 조 감독은 2, 3단계의 청사진을 실현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바로 효과적인 침투 패스와 슛의 결정력을 높이는 것이다.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구자철 효과를 톡톡히 봤다.

득점에서도 뛰어났지만 지동원(전남)과 손흥민(함부르크)의 득점 과정에서 보여준 날카로운 스루패스는 '명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것이 바로 조광래 감독의 두 번째 도약 단계인 '공격진으로 나가는 정확한 침투패스'다.

한국은 그동안 중앙 공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측면 크로스를 통한 문전 해결이라는 단순한 공식에 의존해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은 정교한 패스에 이은 골 결정이라는 발전한 모습을 어느 정도 보여줬다.

조 감독은 이에 대해 "아직 공격진으로 나가는 스루패스가 부족하다"며 "정확한 스루패스는 더 나은 팀으로 발전하기 위한 두 번째 단계다"고 강조했다.

조 감독의 마지막 미션은 공격수들의 결정력을 높이는 일이다.

조 감독은 아시안컵에 앞서 치러진 제주도 전훈에서도 "국내 공격수들은 슛을 너무 아낀다.

골대로부터 25m 범위 내에 들어오면 과감하게 슛을 시도해야만 한다.

좁은 공간에서 완벽한 기회를 만들기는 어렵다.

과감한 슛을 통해 득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