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20)이 버틴 한국 축구 대표팀엔 박주영의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지동원은 18일 오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11 아시안컵 축구대회 인도와 예선 3차전에서 원톱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2골 1도움을 올리며 보란 듯이 한국 축구의 차세대 원톱 스트라이커의 탄생을 알렸다.

185㎝를 훌쩍 넘는 키에서 뿜어 나오는 헤딩 능력이 압권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지동원은 이날 머리를 이용한 플레이말고도, 좌우 측면을 헤집으며 빈 공간으로 잇따라 영리한 침투 패스를 하는 등 최전방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지동원은 양팀 통틀어 최장 거리인 10.2㎞가 넘는 거리를 질주하고서도 지친 기색 없이 상대 문전을 누볐다.

지동원은 경기 초반부터 킬러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전반 6분 이청용이 오른쪽 측면을 허물고 돌파하고서 강하게 올린 크로스가 상대 골키퍼 손을 맞고 공중으로 떠오르자 지동원은 있는 힘껏 뛰어올라 머리로 받아 넣었다.

이어 2분 만인 전반 8분, 차두리의 크로스를 수비수가 머리로 걷어내자 이번에는 머리로 직접 슈팅을 때리지 않고 구자철에게 살포시 떨어뜨려 주어 한국의 추가 골을 이끌기도 했다.

높이 솟구친 상황에서도 공간을 읽어내는 차분한 능력이 돋보인 어시스트 장면이었다.

탄력을 받은 지동원은 다시 한번 구자철과의 궁합을 과시했다.

전반 23분 구자철이 수비벽을 허무는 킬 패스를 내주자 지동원은 단숨에 오프사이드 트랙을 허물고 침착하게 골망을 갈랐다.

지난 호주와 경기에서도 상대 수비수 2명을 제치고 구자철의 선제골을 도운 데 이어 이번에도 구자철과 호흡이 빛난 장면이었다.

이날 인도 골망에 꽂힌 세 골 모두 지동원과 구자철의 합작품일 만큼 '원톱-섀도우 스트라이커' 찰떡궁합은 한국 대표팀의 든든한 자산이 됐다.

지난달 30일 시리아와 평가전에서 생애 첫 A매치에 출전, 데뷔골까지 터뜨린 지동원은 20일 만에 아시안컵 본선에서 두 골을 연속으로 꽂아 '스타 탄생'을 넘어 이제 차세대 주전 스트라이커로 우뚝 섰다.

19살의 나이에 지난해 K-리그에 발을 디딘 지동원은 26경기에 나서 8골 4도움을 기록하며 활약했지만 정작 신인왕 타이틀은 윤빛가람에게 빼앗겼다.

하지만 지동원은 박주영이 부상으로 빠진 사이 극적으로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고 예선 경기 내내 베스트 공격수로 나서 한국의 8강행에 앞장섰다.

지동원은 지난해 8월 조광래 감독의 부름을 받고 잠시 대표팀에 입성했지만 기대만큼 부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기회는 다시 찾아왔다.

홍명보 감독의 러브콜이 재차 날아왔고 지동원은 지난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란과 3-4위전에서 추가시간에 헤딩으로만 두 골을 뽑아내는 골 결정력으로 한국을 노메달의 수모에서 구출했다.

그리고 재차 조광래호의 승선에 성공했다.

박주영의 예기치 않은 이탈로 무위로 돌아갈 뻔했던 조광래 감독의 4-2-3-1 전술은 지동원의 등장으로 완벽한 카드가 됐다.

51년 만에 아시안컵 제패에 나선 한국 대표팀이 '왕의 귀환길'을 더 밟아나갈 수 있을지는 지동원의 머리와 양발에 달렸다.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goriou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