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티켓을) 따야죠"

세계선수권대회 얘기가 나오자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7.세종고)의 눈빛이 똘망똘망 빛났다.

9월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열릴 세계선수권대회에는 2012년 런던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이 15장 걸려 있다.

개인종합 15위 이내 입상하지 못하면 2012년 1월께 예정된 패자부활전 성격의 프레올림픽에서 나머지 5장 중 1장을 움켜쥘 수 있지만 손연재는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픈 욕심이 있는 만큼 이번에 끝내겠다"는 각오를 숨기지 않았다.

9일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노보고르스크 훈련센터로 떠나기에 앞서 손연재는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느라 출국 이틀 전까지도 분주히 움직였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종합에서 값진 동메달을 따내 '국민 요정'으로 발돋움한 손연재는 귀국 후 화보와 TV 광고를 찍었고 사인회도 참석하는 등 눈코 뜰새 없이 돌아다녔다.

모교인 세종고에서 김지희 대표팀 코치와 한 단계 도약을 위한 훈련을 마치고 러시아 출국을 앞둔 손연재를 만나 올해 각오와 목표를 들어봤다.

◇러시아 전훈은 '손연재'를 찾는 과정

아시안게임에서 성공을 거둔 뒤 손연재가 각종 인터뷰에서 줄기차게 했던 말은 "리듬체조의 '김연아'라는 말 대신 '손연재'로 불러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간 '피겨여왕' 김연아와 비교되면서 리듬체조의 관심도를 끌어올렸다면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발판삼아 이제는 '손연재'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평가받겠다는 포부였다.

2월 말까지 옐레나 리표르도바 코치와 호흡을 맞출 1차 훈련도 '자아 찾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손연재는 "우선 나와 맞는 음악을 골라 내가 가진 이미지를 잘 표현해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새 안무를 짤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주니어 때는 연기 자체가 '하늘하늘'한 이미지였다"고 설명한 손연재는 "시니어 2년차를 맞는 올해부터는 성숙미를 가미, 기존의 귀여운 느낌과 잘 조합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리듬체조에서 음악은 양념 같은 소재를 넘어 선수의 연기를 돋보이고 예술성을 극대화할 최고의 무기다.

손연재는 "팬들의 호응도를 높이고자 널리 알려진 음악을 많이 들어보고 선곡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홀로서기'의 두 번째 과정은 기술 발굴에 있다.

'백 일루전'(한 다리를 고정한 채 다른 다리를 머리 위로 360도 회전하는 기술)하면 신수지(20.세종대)를 떠올리듯 손연재는 "나만의 기술을 빨리 찾고 싶다"고 했다.

손연재는 "여왕 예브게니아 카나에바(21.러시아)를 보면 회전, 균형감각, 수구(기구) 다루는 기술이 모두 완벽하다.

러시아 선수들은 대부분 회전 동작을 잘한다.

나 또한 회전 위주로 그간 연습을 해왔다"면서 "난도가 높으면서 무대를 꽉 채울 수 있는 연기를 배우고 싶다"고 열망했다.

카나에바와 세계 2위 다리아 콘다코바(20.러시아), 아시안게임 개인종합 금메달리스트 안나 알랴브에바(18.카자흐스탄) 등이 함께 훈련할 노보고르스크 훈련센터는 챔피언을 여럿 키워낸 리듬체조 성지다.

손연재는 "아시아선수들은 안무의 조합, 기술에 대한 정보에 어둡다.

리표르도바 코치와 프로그램을 새로 짜면서 유행 경향을 미리 습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체력은 알아서 올라올 것..꿈은 올림픽 메달

지난해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올라오자마자 언니들과 벅찬 경쟁을 펼쳤던 손연재는 체력이 달려 고전하기도 했다.

아시안게임 후 과외 활동 폭이 워낙 넓었던 탓에 걱정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손연재는 "운동을 꾸준히 했고 러시아에서 새 안무를 배우면서 반복 연습을 하다 보면 체력은 알아서 올라올 것"이라며 자신 있게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하루 10시간 가까이 구슬땀을 흘려온 근성 있는 손연재이기에 가능한 말이다.

줄 대신 곤봉이 개인종합 종목에 포함된 것을 두고는 좋은 기억을 떠올렸다.

손연재는 "중학교 3학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곤봉을 잡는다.

당시 곤봉 연습이 잘 안돼 고생을 많이 했다.

하지만 곤봉을 완벽하게 연기하고자 매달렸더니 성적이 올라갔던 좋은 기억이 있다.

곤봉을 던지는 동작이 많아졌고 시니어와 주니어는 차원이 다르지만 해볼 만 하다"며 투지를 보였다.

이어 "작년 아시안게임에서 종목당 27점을 받았는데 올해에는 26점대 후반에서 27점대로 점수를 끌어올리고 싶다.

작년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딴 율리아나 트로피모바(우즈베키스탄)도 24점대에 머물다 갑자기 점수가 올라갔듯 나 또한 경험을 쌓으면 수준이 올라가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손연재는 "궁극적인 목표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다.

유럽세가 워낙 세지만 노력하면 가능하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놓칠 수 없는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손연재는 9월까지 주로 노보고르스크 센터에 머물며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시리즈에 7~8차례 나가 톱 10 진입과 함께 랭킹 포인트를 쌓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심판들에게 자주 강한 인상을 남기면 세계선수권대회 15위 위 내 입상이 결코 어렵지만은 않다는 전략이다.

◇38㎏ 얘기는 부담스러워요

화보 촬영, 광고 녹음, TV 교양프로그램 출연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인 손연재는 "운동만 하다 색다른 경험을 했고 어색하지만 좋았다.

전보다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셨고 더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선수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조리 있게 말했다.

특히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로부터 화장 기술을 배운 건 큰 소득이었다.

키가 164㎝까지 자란 손연재는 몸무게 얘기가 나오자 "각종 프로필에 38㎏로 나갔는데 중학교 1~2학년 때 체중이다.

근육량이 있어서 몸무게는 그보다는 많다.

38㎏은 부담스럽다"며 쑥스러운 표정도 지었다.

최근 러시아에서 한국에 계실 엄마와 매일 통화를 하고자 인터넷 전화를 장만했다는 손연재는 "러시아어로 말하는 능력을 빨리 키워야겠다"며 어학 실력을 쌓는 것도 이번 전훈의 목표라고 밝혔다.

손연재의 어머니 윤현숙씨에 따르면 초등학교 시절부터 국제 대회에서 일본 선수들과 교류한 손연재는 그때부터 일본어를 배웠고 영어는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했다.

러시아어는 지난해 러시아 모대학 박사 과정에 있는 한국인 선생님으로부터 배웠고 말은 알아듣지만 아직 말로 유창하게 구사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영어와 일어를 다 까먹을까 봐 걱정"이라던 손연재는 리듬체조 최강 러시아에 유학을 떠나는 만큼 러시아어를 완벽하게 배워 선진 기술과 언어 습득이라는 보란듯이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낼 참이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