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연속 2관왕 "세계선수권·올림픽 금메달 욕심"
연하 사이클 선수와 열애 "남자친구 덕분에 내가 달라졌다"


"2010년은 모든 것이 다 좋은 한 해 였어요.

올해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꼭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플뢰레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하며 화려한 2010년을 보낸 한국 펜싱의 간판 남현희(30.성남시청)는 만족스런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동메달을 차지하면서 개인전에서는 처음으로 메달권에 진입하기도 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세계 최강자 발렌티나 베잘리(이탈리아)와 접전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남현희는 "올해는 런던 올림픽을 앞둔 중요한 해"라면서 "운동에 집중하고 싶고, 특히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아시안게임 이후 휴식을 취하면서 방송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결혼을 약속한 사이클 선수 공효석(25.서울시청)도 태극마크를 달아 틈이 날 때 데이트도 즐겨야 한다.

남현희는 "남자친구는 저를 더 돋보이게 해주는 사람"이라는 자랑을 늘어놓으며 "둘 다 운동에 욕심이 있어 결혼은 런던 올림픽 이후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남현희와 문답.
-- 지나간 2010년을 돌아본다면.
▲다 좋았다.

스트레스도 없었고 마음만은 가장 편안했던 해였다.

선수촌에 있으면서 대표팀 코치진이 나를 잘 알아서 편하게 알아서 하게 해줬다.

가장 기뻤던 것은 아시안게임을 비롯한 국제대회 단체전에서 동료와 함께 똑같은 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다.

지난해 나간 모든 대회는 아시안게임을 위한 과정이었지만 계속 메달권에 든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었다.

유럽 국가의 상위 랭킹 선수와 경쟁해서 이겼을 때도 뿌듯했다.

-- 아쉬웠던 점은 없나.

▲지난해 서울시청 팀에서 나와 성남시청으로 가면서 전희숙과 라이벌이라는 기사가 많이 나왔다.

서로 의식하게 돼 조금은 불편한 관계가 됐다.

아직은 대부분의 경기에서 제가 이기는데 그렇게 엮여서 제가 이기면 굳이 '이겼다'고 기사가 나가는 것이 희숙이를 깎아내리는 일도 된다고 생각했다.

각자 자신의 목표가 있고, 서로 잘 따르고 잘 해주려고 노력하는데 주위에서 그렇게 하면 부담이 된다.

--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개인전 동메달을 땄고,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다.

정상 문턱에서 고비를 넘지 못한다는 느낌이 있는데.
▲금메달을 따는 선수들과 기량 차이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욕심이 부족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최종 목표가 내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인데 모든 것을 그 단계라고 생각하니 마지막에 욕심이 나지 않는 것 같다.

국제대회 4강이나 결승에 가면 늘 이탈리아 선수와 붙는데 그쪽은 멤버가 자주 바뀐다.

그 스타일에 적응하면서 정상에 다가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 올해 만으로 서른 살이 됐다.

본격적으로 30대에 접어들면서 감회도 새로울텐데.
▲여자 플뢰레는 28∼32세 정도가 한창 잘할 나이인 것 같다.

베잘리는 이미 그 나이를 넘었지만 잘하고 있어 운동하면서 힘을 얻는다.

베잘리는 네 스승이다.

베잘리는 마치 춤을 추듯이 자신만의 리듬을 타는데 특히 다리 동작을 많이 따라 하려고 한다.

외국에 나가서 그의 경기 모습을 비디오로 혼자 촬영한 적도 있다.

그 정도로 배우고 싶었다.

한국에서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많았다.

외국 선수들이 왜 그렇게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가 이상하게 쳐다봐도 스스로 오랜 기간 노력을 했다.

지금도 대회에 나가면 베잘리가 먼저 말을 걸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지만 영어가 짧아 길게는 못 물어 본다.

베잘리도 '요즘 춤을 배우고 있다'거나 다음 대회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한다.

나이가 들어 노련함이 생기면서 어린 선수들에게 저의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싶은 소망이 있다.

아직 지도자가 될 생각은 없지만 선수 생활을 하면서 저같은 인지도가 있는 선수들이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알려준다면 좋은 선수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 말할 때 똑 부러지고 강한 인상을 받는다.

매섭고 차가워 보이기도 하고.
▲평소에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

알고 보면 먹을 것도 많이 사주고 언니 같은 스타일인데(웃음). 일상생활에서도 '일반인 남현희'가 아닌 '운동선수 남현희'로 보여야 하니까 변한 것 같다.

운동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저절로 강한 발언을 하게 된다.

--큰 대회에 나가기 전에 경기 외적인 것으로 화제가 될 때가 있었다.

그 이후 성적이 잘 나왔는데 주목받으면 힘이 나는 체질인가.

(남현희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성형 파문'으로 국가대표 자격이 정지된 적이 있고, 광저우 아시안게임 전에는 드라마에 카메오로 출연해 화제가 됐다.

)
▲원래 성격은 전혀 그렇지 않다.

밤에 캄캄한 길을 갈 때면 '혹시 강도가 나타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해서 큰길로 간다.

웬만해서는 '이렇게 하면 안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면 돌아가는 성격이다.

그러다가 의외의 상황이 닥치면 힘을 내는 스타일이다.

방법이 없을 때, 어차피 맞서야 하면 전력을 다하게 된다.

--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결혼 상대가 있다고 '깜짝 고백'을 했는데.
▲영화보고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여느 연인과 똑같이 데이트를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운동하는 데 있어서 제가 보충하지 못하는 약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에 대한 도움을 받는다.

수영이나 사이클처럼 심하게 체력을 요하는 게 아니라서 관리에 대한 생각을 않았는데 남자친구 덕택에 많이 알게 됐다.

사실 제가 운동에만 집중하다 보니 그 외의 것에는 신경을 안 썼다.

옷도 트레이닝복이나 캐주얼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고서는 달라졌다.

그 친구가 옷도 저보다 더 잘 고른다.

티셔츠를 하나 살 때도 튀어나온 실밥이 있는지까지 꼼꼼하게 본다.

주변에서 볼 때 제가 더 돋보이게 해준다.

-- 연상연하 커플로도 화제가 됐다.

▲나이 차이가 좀 나서 걱정을 했는데 행동하는 것을 보면 오히려 저보다 더 어른스럽다.

판단할 때도 의지를 많이 한다.

-- '결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계획은 잡혔나.

▲이제 나이가 있으니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한다.

하지만 아직은… 남자친구도 저도 아직은 운동에 전념하고 싶어 런던 올림픽이 끝나면 하려고 한다.

-- 올해 계획과 목표는.
▲이달 중순 열리는 월드컵 A급 대회부터 출전한다.

올해 8개의 세계 대회에 출전해 랭킹 점수를 쌓고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할 것이다.

다 중요하지만 특히 10월에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가 가장 신경쓰인다.

지난해 개인전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땄기 때문에 더 나은 성적을 내고 싶다.

올해는 금메달을 꼭 따고 싶다.

--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냈기 때문에 올해가 한국 펜싱에는 중요한 해다.

어깨가 무거울텐데.
▲다른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와서 점차 그 부담이 줄어들고 있다.

잘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혼자 짊어지지 않기 때문에 편하다.

지난해 손길승(SK텔레콤 명예회장) 대한펜싱협회장을 비롯한 협회 관계자 분들이 신경을 많이 쓰고 지원도 많이 해줘 좋은 성적이 났다.

앞으로도 해주시는 만큼 선수들도 성적을 낼 테니 계속 더 많은 지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특히 실업팀이 생겨 선수들이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song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