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일본골프투어(JGTO) 상금왕에 오른 김경태(24 · 신한금융그룹 · 사진)가 귀국해 분주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그의 올시즌 JGTO 기록을 중심으로 '김경태 골프'를 분석한다.

◆골프는 장타력보다 정확성

김경태는 "골프에서 장타력과 정확성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둘 다 중요하지만 한 가지만 꼽으라면 정확성"이라고 말했다. '컴퓨터 아이언샷'으로 유명한 김경태는 3년 전 신한동해오픈에 출전,동반플레이어인 최경주로부터 "거리를 늘려라"는 말을 듣고 스윙을 교정하기도 했으나 곧 예전의 스윙으로 돌아갔다. 올해 그의 드라이버샷 평균거리는 277.3야드(252m)로 이 부문 60위다. '라이벌' 이시카와 료(296.79야드)에 비해 20야드가량 뒤진다.

그러나 드라이버샷 페어웨이 안착률은 64.69%로 이 부문 2위다. 이시카와(49.2%)와 대비된다. 스코어와 직결되는 그린적중률은 69.41%로 1위다. 장타력의 표본인 '파5홀 2온 확률'은 9.82%로 38위에 머물렀지만,시즌 파5홀 토털스코어는 110언더파로 1위다. 파5홀에서 2온은 어렵지만,세 번째 샷을 붙여 버디를 많이 낚았다는 얘기다. 정확성 위주로 스윙을 하다 보니 스코어 편차도 작다. 올시즌 하이 스코어는 76타,최소타수는 63타로 그 간격은 13타에 불과하다.

◆70% 성공확률 있을 때만 직접 공략

김경태는 무리를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예컨대 워터해저드를 넘겨 그린에 볼을 떨어뜨리려면 캐리로 240~250야드를 날려야 하는데 직접 공략보다는 레이업을 한다. 볼이 숲에 빠져 탈출해야 할 경우도 70% 이상의 성공 확률이 있을 때에만 그린을 직접 노린다. 확신이 들지 않으면 페어웨이로 탈출해 다음 샷으로 승부를 건다. 이 모두 냉정한 판단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김경태는 "찬스든 위기든 냉정을 유지한 것이 좋은 성적을 낸 비결"이라며 "위기일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생각하고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한 홀에서 '빅 넘버'도 적게 낸다. 그가 올해 기록한 이글 수는 8개였으나 더블보기 이상도 손으로 꼽을 정도다. 더블보기가 7개,트리플 보기와 쿼드러플 보기가 1개씩이다. 쿼드러플 보기는 지난 5월 열린 도신골프토너먼트 4라운드 3번홀(파4)에서 나왔다.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후 6퍼트를 한 것이다. 6퍼트는 그가 골프를 한 이래 한 홀 최다 퍼트수다. 트리플 보기는 파5홀에서 단 한 차례 했으므로 그의 올시즌 스코어카드에는 '9' 이상의 숫자가 없었던 셈이다.

◆잭 니클로스처럼 '다이 퍼트'로

김경태에게 "퍼트는 홀을 지나칠만큼 과감하게 하는 것이 좋은가,슬슬 가다가 홀에 떨어지게 하는 것이 좋은가"라고 묻자 후자를 택했다. 잭 니클로스처럼 데굴데굴 굴러가다가 마지막 순간 홀에 떨어지는 '다이(die) 퍼트'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쇼트게임 전문 교습가 데이브 펠츠는 "퍼트는 볼이 홀에서 17인치(약 43㎝) 지나칠 만한 세기로 쳤을 때 홀인확률이 가장 높다"고 주장하지만 김경태는 일단 볼을 홀에 붙여 다음 퍼트를 쉽게 하는 쪽을 택한 것.

아놀드 파머도 "홀에 다가갈 정도의 스피드로 치면 볼이 홀 가장자리로 가다가도 중력에 의해 홀에 떨어질 수 있으므로 홀을 넓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그린이 빠를수록 보수적인 전략으로 임해야 3퍼트를 최소화할 수 있다.

김경태는 올해 JGTO 21개 대회(82라운드)에서 3퍼트를 31회밖에 하지 않았다. 47.6홀(2.6라운드)당 하나 정도다. 미국PGA투어프로들의 평균치(34.6홀당 하나)를 능가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