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도하 패배' 말끔히 설욕

특별취재단 = 금메달의 꿈은 놓쳤지만, 더 아름다운 동메달을 함께 만들어냈다.

젊은 태극전사들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마지막 무대를 한편의 드라마 같은 역전승으로 마감하며 감동적인 동메달을 선사했다.

2006년 도하 대회와 같은 무대, 같은 상대에게 당했던 `노메달 수모'도 고스란히 되돌려줬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은 25일 오후 중국 광저우 톈허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이란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3-4위 결정전에서 4-3으로 역전승을 거두며 동메달을 품에 안았다.

이틀 전 준결승에서 아랍에미리트(UAE)에 0-1로 져 눈물을 삼켰던 한국 선수들은 3-4위전에서 이를 악물고 온 힘을 다해 뛰었고 1-3으로 뒤졌던 승부를 후반에 4-3으로 뒤집는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4년 전 도하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이라크에 0-1로 덜미를 잡히고 나서 3-4위 결정전에서 이란에 0-1로 져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던 아픔도 깨끗하게 털어냈다.

핌 베어벡(네덜란드) 감독이 이끌던 당시 대표팀은 경기 내내 이란 골문을 위협하며 일방적으로 이란을 몰아붙이고도 연장 후반 8분 결승골을 내줬지만 당시 베어벡호의 대표팀 코치로 패배를 함께 겪었던 홍 감독은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았다.

전반까지는 한국의 패색이 완연했다.

4년 전에는 한국이 전반 다섯 차례의 슈팅을 때리는 동안 이란은 단 한 번의 슛도 시도하지 못할 만큼 한국이 경기를 지배했지만 이번에는 정 반대로 한국이 이란의 수비벽을 넘지 못하고 제대로 된 공격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전반에 4차례의 슈팅 기회가 있었지만 유효슈팅은 1차례에 불과했다.

반면 이란은 3차례의 슈팅이 모두 골대 안쪽을 향했고 그 중 두 개는 득점으로 연결됐다.

하지만 후반 들어 김정우 대신 윤빛가람이 투입되면서 공격에 활로가 트이기 시작했고 후반 3분째 구자철이 중거리포로 만회골을 만들어내면서 경기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한국은 1분 뒤 이란에 추가 골을 허용해 1-3으로 몰린 가운데서도 포기하지 않고 상대를 몰아붙이기 시작했고 후반 33분 박주영(AS모나코)의 두번째 골로 완전히 기세가 올랐다.

전반까지 `이랑 쨔요(이란 힘내라)' 소리가 메웠던 경기장은 어느새 한편에 붉은 옷을 입고 자리 잡은 교민과 원정 응원단 등 `붉은 악마'들의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소리로 채워졌다.

이런 응원에서 기운을 얻었는지 지동원(전남) 후반 추가시간에 그림 같은 동점골과 역전 골을 잇따라 터뜨리면서 승리를 확정 지었고 선수들은 그대로 얼싸안고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캡틴' 구자철은 아예 그라운드 위에 뻗어 하염없이 울어버렸고 박주영이 형답게 그동안 함께 고생한 후배들에게 다가가 등을 두드렸지만 그도 끝내 눈물은 참지 못했다.

포기하지 않고 감동적인 명승부를 만들어낸 태극 전사들에게 한국 응원단은 물론 중국 관중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한국 선수들은 기쁨의 붉은 물결로 출렁이는 응원단 앞으로 다가가 감사 인사로 답례했다.

(광저우=연합뉴스)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