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 "이제 저 자리에 더는 못 올라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찡하네요."

사격 대표팀에서 늘 믿음직하게 버텨준 큰 형님의 마지막 시상대 자리는 이번에도 역시 맨 윗자리였다.

한국 선수단의 주장이자 사격 대표팀 최고참 박병택(44.울산시청)은 18일 광저우 아오티 사격관에서 열린 남자 25m 센터파이어 권총 본선에서 586점을 쏴 중국의 류야동(585점)와 인도의 비제이 쿠마르(583점)를 각각 2위와 3위로 밀어내고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다.

1988년 처음 국가대표로 발탁된 이후 23년째 가슴에 달았던 태극마크를 내려놓기로 마음먹은 그는 스스로 마지막 무대로 삼은 광저우에서도 사격 대표팀의 13번째 금메달을 책임지며 맏형의 본보기를 보였다.

박병택은 "처음 메달을 땄을 때는 `나도 금 땄다'고 마냥 좋기만 했는데 그동안 수많은 대회에서 오르내렸던 시상대도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찡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완사 마지막에 9점을 3번 쏘는 실수를 한데다 앞서 쏜 선수 점수를 알고 후반 급사에 나서 긴장했는데 다행히 생각대로 경기가 잘 풀렸다"며 "이번에 후배들이 금메달을 많이 따줘서 너무 대견하고 고맙다.

나도 마지막까지 이렇게 금메달을 보태 부끄럽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단체전 은메달까지 추가한 박병택이 1990년 중국 베이징 대회부터 지금까지 여섯 차례 아시안게임에서 거둬들인 매달은 모두 19개. 5개가 금메달이고 은메달은 8개, 동메달은 6개다.

이미 지난 도하 대회 때부터 역대 한국 선수 중에서 아시안게임 메달을 가장 많이 가지게 된 그는 아시안게임 외에 세계선수권대회와 월드컵 등 국제사격대회에서도 헤아릴 수 없는 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병택은 "충분히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메달을 얼마나 땄는지도 잘 모른다.

아시안게임 메달 중 몇 개는 이사하면서 잃어버리기도 했다"는 말로 좌중을 웃겼다.

그는 군대 시절 전군사격대회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인 게 계기가 돼 1987년 뒤늦게 본격적인 사격선수로 활동하기 시작한 그는 10년만에 심한 슬럼프에 빠져 잠시 선수생활을 접기도 했다.

박병택은 "기록도 나오지 않고 힘들기도 해서 다 그만두려고 했었는데 후배들을 가르치다 보니 영 답답해서 `차라리 내가 쏘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며 "1998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복귀해 센터파이어 권총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땄는데 그때 메달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돌아봤다.

소속팀 울산시청에서 지난해부터 코치를 겸하며 지도자의 길을 준비해온 그는 선수들이 스스로 길을 찾게 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박병택은 "선수들에게 일일이 퍼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서 할 수 있게끔 일깨워주고 싶다"며 "이번에 사격에서 역대 최다 금메달을 땄는데 2년 뒤 런던 올림픽이나 4년 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후배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광저우=연합뉴스)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