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를 처음 만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죠. 그 때 월드컵축구대회를 우리 집에서 TV로 함께 봤으니 2002년이었어요"

31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최나연(23.SK텔레콤)의 표정에는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는 기쁨과 함께 어려움을 함께 했던 친구 김송희(22.하이트)에 대한 미안함이 교차하고 있었다.

최나연은 2008년까지 LPGA 투어에서 우승하지 못하다 2009년 두차례나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한국여자골프군단의 주축 멤버로 자리잡았다.

2009년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최나연은 김송희에게 "이제 너만 우승하면 돼"라며 기운을 불어넣어줬다.

이후 김송희는 매번 아쉽게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하다 이번 주 고국에서 열린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2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며 마지막 3라운드에서 우승을 놓고 최나연과 샷 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최나연의 역전승.

최나연은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선생님 밑에서 골프를 배웠는데 송희가 한국을 거치지 않고 미국에서 프로 생활을 하면서 한동안 연락을 하지 못했다"며 "내가 미국으로 진출하면서 송희와 더욱 친해졌다"고 말했다.

미국 올랜도에 살고 있는 집도 김송희가 소개해 줬다는 최나연은 "이웃집에 살면서 같은 스윙코치에 연습 라운드도 같이 하면서 우정을 쌓았다"고 덧붙였다.

김송희도 "옷 사이즈도 알고 있을 정도로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안다"면서 "오늘 나연이가 경기 도중 빵을 자꾸 건네며 먹으라고 했다. 나연이가 우승하고 난 뒤 오히려 미안해 하더라"고 말했다.

최나연과 김송희 모두 우승을 못하고 있을 때 심리 치료를 소개해 준 것도 최나연이었다.

김송희는 "처음에 심리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 나연이가 하도 권해서 심리 상담을 하게 됐다"며 "심리 상담을 받고 나서는 다음 샷을 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우승 등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긍정적인 생각만을 하게 돼 큰 도움이 됐다"고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최나연과 챔피언조에서 처음 경기를 해봤다는 김송희는 "나연이가 우승하고 난 뒤 굉장히 침착하게 경기를 하고 있다.

반면 나는 오늘 갤러리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에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 놓았다.

LPGA 투어 첫 우승의 기회를 다음 대회로 미룬 김송희는 "많이 아쉽기는 하지만 나연이가 너무 잘 쳤다.

오늘 나연이와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했고 나연이가 앞으로도 더 좋은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

(인천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