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교체와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선동열 삼성 감독이 구위가 검증되지 않은 투수를 과감하게 투입하며 승부를 걸었으나 '패착'이 되고 말았다.

삼성은 1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0-2로 뒤지다가 5회 3점을 뽑아 역전에 성공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투수 팀 레딩이 그런대로 잘 버티고 있었다.

공수교대 후 레딩이 SK 선두타자 정근우를 볼넷으로 내보내자 한계 투구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선동열 감독은 왼손 투수 권혁 카드를 빼들었다.

타석에서는 왼손 박재상이 준비하고 있었다.

권혁은 플레이오프에서 심하게 부진했던 투수. 3경기에서 8타자를 맞아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내는 동안 2실점해 평균자책점 27.00을 남겼다.

그래서 선 감독은 플레이오프 4, 5차전에서는 아예 활용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선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한국시리즈에서 SK 왼손 타자를 막으려면 권혁의 부활이 꼭 필요하다며 "이기든 지든 권혁을 활용해야 한다.

권혁의 활약이 키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권혁이 자신감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 선 감독은 결국 박빙의 상황에서 투입을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권혁은 플레이오프에서와 마찬가지로 제구력에 큰 문제를 드러내며 박재상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권혁은 곧바로 강판당했고 권오준이 마운드에 올라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다.

이어 최정에게 3루수 앞 내야 안타를 내주면서 만루에 몰렸다.

그러자 선 감독은 이번에는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오승환도 한때 불 같은 직구를 던지며 삼성 소방수로 이름을 날렸던 투수다.

하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막판 2군에 머물렀고 플레이오프에 출장하지 못해 역시 구위가 검증되지 못한 상태였다.

오승환은 대타 박재홍과 풀카운트 접전을 펼쳤지만 결국 볼넷을 허용해 밀어내기로 3-3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흔들린 오승환은 후속 김재현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또 강판했다.

선 감독은 플레이오프 5경기에 모두 출장한 정현욱까지 마운드에 동원하고서야 SK 타선의 불을 끌 수 있었다.

결국 권혁은 패전 투수가 됐고 오승환도 패배에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하는 책임을 안고 말았다.

선 감독이 이날 작심하고 띄운 권혁, 오승환 카드가 모두 불발로 그친 셈. 이에 따라 삼성 벤치는 남은 한국시리즈에서도 투수 운용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인천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