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강한데다 러프에 빠지면 볼이 제대로 안 보여서 힘들었습니다"

좁아진 페어웨이와 길어진 전장. 거기에 깊어진 러프의 잔디에 빠른 그린 스피드까지.

말 그대로 선수들이 꺼리는 악조건은 모두 모였다.

15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제11회 하이트컵 챔피언십대회 2라운드가 치러진 경기도 여주시 블루헤런 골프장(파72.6천582야드)에 '무더기 오버파' 사태가 몰아쳤다.

지난 대회 우승자인 서희경(24.하이트)이 6오버파 78타를 쳤고, 시즌 상금왕을 노리는 안신애(20.비씨카드) 역시 9오버파 81타를 적어냈다.

또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상금랭킹 2위를 달리는 전미정(28.진로재팬)은 트리플 보기 1개를 포함해 다섯 홀 연속 보기의 악몽 속에 10오버파 82타를 기록하며 1라운드 공동 1위에서 공동 30위로 추락했다.

2라운드에서 언더파를 적어낸 선수는 변현민과 김송희(22.하이트), 유선영(24) 등 단 3명에 불과했을 정도로 선수들은 그린 공략에 애를 먹었다.

무엇보다 선수들을 힘들게 한 것은 바람이었다.

공동 1위에 오른 변현민은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어제와 다른 상황이 되다 보니 코스 공략법이 달라지면서 힘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고, 심현화 역시 "바람이 심해서 신경쓰다보니 어느새 경기가 끝났다"고 털어놨다.

이날 기상청에 관측된 골프장 인근의 풍속은 초속 3m였지만 각 홀마다 바람의 세기가 달라지면서 어떤 홀에서는 선수들의 머리카락이 흩날리기까지 했다.

게다가 대부분 맞바람이 불어 선수들은 줄어든 비거리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더불어 그린의 빠른 스피드도 선수들의 '오버파'를 부채질했다.

이날 측정된 그린 스피드는 3.1m로 전날보다 0.1m 빨라졌다.

직전에 치러졌던 제2회 하이마트 여자오픈 J골프 시리즈의 평균 그린 스피드가 2.8~2.9m였던 것과 비교하면 쉽지 않은 조건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블루헤런 골프장은 지난해보다 코스의 전장을 143야드나 늘렸을 뿐 아니라 일부 페어웨이의 폭도 5m씩 줄였고, 러프의 잔디 길이도 일반 골프장의 두 배에 가까운 6㎝로 길게 만들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활약하는 김송희는 "그린 상태가 어제보다 빨라졌다.

게다가 바람도 심해 힘들게 경기를 했다.

그나마 퍼팅이 좋아서 위기를 넘겼다"며 "코스도 길어진데다 러프도 깊어서 쉽지 않은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대회 관계자는 "블루헤런 골프장에서 언더파를 치는 아마추어가 거의 없을 정도다. 이번 대회에서 언더파를 기록하지 못하고도 우승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여주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