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의 한.일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올해 A매치 일정을 모두 끝낸 축구 대표팀이 오는 12월24일 재소집을 앞두고 본격적인 '아시안컵 올인 체제'로 변신한다.

조광래(56) 축구대표팀 감독은 1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제 선수들의 컨디션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때다.

새로운 수비형 및 공격형 미드필더 1~2명을 더 지켜보고 나서 최종 엔트리를 제출할 계획이다"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축구도 현장에서 지켜보며 대표급 선수들의 기량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내년 1월7일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치러지는 2011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호주, 인도, 바레인과 함께 C조에 속해있다.

약체 인도를 빼면 호주와 바레인이 8강 진출의 경쟁 상대다.

한국은 1956년 1회 대회와 1960년 2회 대회에서 연속 우승한 이후 지금까지 시상대 정상에 서지 못했다.

이 때문에 조광래 감독은 51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과제를 떠안은 만큼 신중하게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선수들의 컨디션 점검이 우선"
조광래 감독은 "지금부터 대표급 선수들의 컨디션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

K-리그 구단들의 협조를 얻어 국내 선수들로만 먼저 훈련할 기회를 얻고 싶다"고 밝혔다.

아시안컵에 대비한 축구대표팀의 공식 소집일은 12월 24일이다.

이에 앞서 예비 엔트리(50명) 제출일이 12월7일이고 최종 엔트리 제출 마감일은 12월 28일이다.

조광래 감독으로선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들을 조금 일찍 소집해 마지막으로 개인별 컨디션과 기량을 확인하고 나서 최종 엔트리를 내고 싶다는 바람이다.

이 때문에 조 감독은 K-리그 구단들과 협의해 대표급 선수들을 예정보다 10여 일 정도 일찍 불러모아 체력을 끌어올리고 전술도 숙지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조 감독은 "6강 플레이오프나 챔피언결정전에 나서지 못한 팀들의 대표급 선수들은 자칫 휴식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컨디션 난조가 올 수 있다"며 "예정보다 일찍 소집해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대표팀 전술에도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병수-최성국, 가능성을 충분해!"
조광래 감독은 한일전을 치르면서 K-리그 득점 선두(20골) 유병수(인천)에게 단 9분의 출전시간을 허락했다.

너무 적은 출전 시간 탓에 '유병수 카드'를 버리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돌았다.

하지만 조 감독은 "충분한 가능성을 봤다.

출전 시간은 적었지만 훈련하는 것을 보면서 아시안컵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고 칭찬했다.

그는 "박주영과 투톱을 세울 수도 있고 유병수를 원톱으로 출전시키고 박주영을 왼쪽 측면으로 보낼 수도 있다.

박주영의 득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며 "처음 뽑았을 때 '안된다'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꾸준히 K-리그에서 득점하고 있다.

슈팅의 감각과 각도가 좋다"고 중용을 시사했다.

2년 만에 대표팀의 복귀한 최성국(광주 상무)에 대해서도 "후반전 조커로 활용할 만하다.

대회를 치르다 보면 조커의 활약을 무시할 수 없다"며 "최근 컨디션이 좋다.

오른쪽 측면으로 괜찮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공격형 미드필더의 활약은 아쉬워..."
조 감독은 한일전을 앞두고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기성용(셀틱)의 중원 조합을 생각했다.

일본의 두터운 수비를 뚫으려면 박지성처럼 볼 키핑이 뛰어나면서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해서였다.

그러나 박지성이 무릎 통증으로 결장하고, 기성용은 경기 당일 허리 통증으로 선발 출전할 수 없게 되면서 조 감독은 어쩔 수 없이 경험이 부족한 윤빛가람(경남)-신형민(포항) 조합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포어 리베로' 역할을 부여한 조용형(알 라이안)도 아직 100% 수준에 오르지 못했다는 게 조 감독의 판단이다.

조 감독은 "미드필더 1명이 더 공격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측면 공격이 살아난다"며 "신형민과 기성용은 아직 박지성처럼 강하게 밀고 들어가서 부딪히는 능력은 부족하다.

미드필더 1-2명을 더 지켜보고 나서 최종 엔트리의 윤곽을 짜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나서 부진에 빠진 미드필더 김정우(광주 상무)의 컨디션이 빨리 돌아와야 한다"며 "기성용도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가 줄어든 만큼 스스로 컨디션을 유지해야 잘해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켰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