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의 간판인 '바스켓 퀸' 정선민(36.신한은행)이 태극 마크를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9월 체코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와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는 정선민은 26일 춘천 우리은행과 연습 경기를 마친 뒤 "아시안게임까지만 태극마크를 달겠다.

이후 소속팀에서 1,2년 정도 더 뛰고 현역 생활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금 대표팀에서도 최고참인 정선민은 "아무래도 나이가 있기 때문에 힘이 들고 몸 관리도 쉽지 않다"고 대표팀에서 물러날 뜻을 밝힌 이유를 설명했다.

마산여고를 졸업하고 1994년부터 국가대표로 발탁된 정선민은 그해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2002년 세계선수권대회 4강 등 한국여자농구의 주요 순간을 함께했던 대표팀의 기둥이다.

정선민 역시 "나도 그 대회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대회에 출전하며 대표팀에 힘을 보탰던 것이 기쁜 추억"이라고 말했다.

16년이나 계속된 국가대표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후배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6월 태국에서 열린 18세 이하 아시아여자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중국은 물론 일본, 대만에 밀려 4위에 그친 사실을 지적했다.

당시 한국은 예선에서 일본에 31점 차로 지고 대만과 3-4위 전에서는 24점 차로 대패했다.

정선민은 "그 대회에 가기 전에 신한은행 퓨처스리그 팀과 연습 경기를 봤는데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신체 조건은 나쁘지 않았지만 기본기가 안 돼 있었다"고 말했다.

은퇴 이후 유소년 농구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던 정선민은 "결국 학교 체육의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

또 요즘 여자축구가 붐이라고 하지만 여자농구도 마찬가지로 저변이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 고등학교만 나와서 바로 프로로 오지만 처음 3년 정도는 어차피 경기에 뛰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그렇다면 여자농구도 대학팀이 활성화된다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조언했다.

저변이 약해져 많은 선수가 나오지 않는데다 요즘 선수들이 개인기만 앞세우는 현실도 지적했다.

정선민은 "한국 여자농구의 강점은 역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농구였다.

또 그런 조직력이 나오려면 기본기가 있어야 하고 이론에도 충실해야 한다"며 "그러나 요즘 선수들을 보면 개인기의 화려함만 좇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마지막 두 대회를 앞두고 있지만 "특별한 각오는 없다"고 말했다.

정선민은 "세계선수권대회는 8강은 물론 12강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다만 후배들에게 세계의 벽도 부딪혀볼 만하다는 자신감은 심어주고 싶다.

또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이 중국을 넘을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