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프로야구가 후반기 개막과 함께 4강 싸움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달 초 16연패의 수모를 당하며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디펜딩 챔피언 6위 KIA가 약진을 시작했고, 막강 화력을 뽐내며 승승장구하던 4위 롯데가 주춤하면서다.

여기에 8년 만에 가을 잔치 진출을 노리는 LG가 가세하면서 이른바 '엘롯기 동맹'의 4강 혈투는 한 치 앞을 모르는 혼전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30일 현재 LG는 롯데에 1경기 차로 바짝 추격전을 펼치고 있고 LG와 KIA의 경기차도 2경기에 불과하다.

3연전에서 연승 또는 연패가 생기면 한 번에 순위가 뒤집힐 수 있는 살얼음판인 셈이다.

16연패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또 5연패를 당하면서 동네북 신세가 됐던 KIA는 '해결사' 김상현이 부상에서 돌아오면서 순식간에 전력이 안정됐다.

KIA는 27일~29일 사직구장에서 펼쳐진 롯데와 2연전(28일은 우천 취소)을 모두 이겼다.

첫날 경기에서는 2-3으로 밀리던 8회초 이날 복귀한 김상현의 2점 홈런을 발판 삼아 짜릿한 역전에 성공했다.

KIA는 이 경기 전까지 5회까지 뒤지다가 역전승한 경우는 5차례(31패)에 불과할 정도로 뒷심 부족에 시달렸다.

팀 타율 7위(0.259)에 불과한 KIA 타선이지만 상승세를 타자 무섭게 터졌다.

29일 경기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3회 한 이닝에서 1점부터 만루포까지 골고루 쳐 팀 사이클링 홈런이라는 진기록을 빚어내기도 했다.

장기인 선발진이 흔들리는 와중에 새 에이스 양현종이 버팀목이 돼 주고 있다.

지난 9일 16연패 사슬을 끊은 양현종은 소속 팀이 최근 거둔 3승(1패) 가운데 두 경기의 승리를 책임졌다.

KIA가 치고 올라오면서 직격탄을 맞은 쪽은 롯데다.

장원준, 조정훈 등 선발진이 부상으로 빠진 속에 에이스 손민한의 복귀도 내달 중순으로 늦어져 마운드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4위 굳히기에 나서는 듯하던 롯데는 올스타 휴식기 전후로 1승 6패로 부진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더욱이 30일부터는 상승세의 5위 LG와 홈 3연전이 이어진다.

롯데는 9승 투수 장원준이 복귀하는 내달 초까지 홍성흔-이대호-카림 가르시아 등 막강 화력에 기대 최대한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LG는 1위 SK와 주중 3연전을 2승1패로 마무리 지으면서 기분 좋게 후반기를 출발했다.

LG는 전반기 SK에 1승9패로 철저하게 눌렸지만 후반기에서는 '국가대표 에이스' 김광현과 대결에서 이기는 등 끈끈해진 전력을 과시했다.

조인성, 박용택 등 중심 타자의 공격력이 예리한 가운데 선발진도 차츰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퇴출 위기에 몰렸던 필 더마트레가 29일 SK와 경기에서 6⅓이닝 동안 2실점하며 살아났고 SK에서 영입한 투수 박현준도 선발진에 가세할 예정이라는 점이 고무적이다.

박종훈 LG 감독은 "한 팀이 갑자기 무너지지 않는 한 당분간 3팀이 지금 같은 혼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