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스타' 박태환(21.단국대)은 지난 22일 김천 실내수영장에서 열린 2010 MBC배 전국수영대회 남자 대학부 개인혼영 200m에 출전하고 나서 호주에 있는 마이클 볼 코치와 전화통화를 했다.

볼 호주 대표팀 코치는 올해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까지 박태환을 맡아 가르치는 전담 코치로, 박태환은 이미 올해 두 차례 실시한 호주 전지훈련에서 볼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21개월 만에 국내 무대에서 섰고, 초등학교 3∼4학년 이후 공식경기에서 개인혼영을 처음 뛰었다는 박태환은 이날 2분01초78의 대회 신기록으로 1위를 차지하며 수영 천재다운 면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재미삼아 뛰었다는 박태환의 기록은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열린 제5회 동아시안게임에서 김민규(아산시청)가 세운 한국 기록(2분00초41)에 1.37초 뒤진 것이었다.

내심 한국 신기록까지 기대했던 노민상 경영대표팀 감독은 다소 아쉬워하면서도 "이 정도 기록이면 훈련이 아주 잘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박태환의 기록에 더 놀란 것은 볼 코치다.

경기 전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격려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던 볼 코치는 박태환에게 `이번 대회에서는 기록에 신경 쓰지 말고 즐기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경기 후 박태환과 통화를 하면서 그의 기록을 듣고는 `아주 놀랍다'며 칭찬했다.

볼 코치는 박태환이 2분03초대의 기록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2분01초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태환은 이날 접영을 시작해 배영, 평영에 이어 마지막 자유형으로 50m씩 물살을 가르는 동안 줄곧 선두를 유지했다.

50m 구간별 기록은 접영 25초08, 배영 32초23, 평영 35초89, 자유형 27초58이었다.

박태환은 평영이 유독 약하다.

박태환뿐만 아니라 자유형 종목 선수들은 특히 배영에서 평영으로 넘어가는 턴 동작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박태환도 경기 후 "너무 오랜만에 뛰어서 턴 등 어색한 면이 많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좋게 마무리해 기쁘다. 재미난 추억이 된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박태환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혼영에 출전할 생각이 있나?'라는 물음에 "나가서 될까요? 엄청난 선수들이 많아서..."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박태환의 개인혼영 경기를 지켜본 몇몇 수영 전문가들은 아시아 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남자 개인혼영 200m 아시아 기록은 다카쿠와 겐(일본)이 지난해 자국 대회에서 세운 1분57초24다.

지난해는 최첨단의 전신 수영복 착용이 허용됐던 때다.

더구나 박태환을 가르치는 볼 코치는 자유형은 물론 개인혼영 선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3관왕(여자 개인혼영 200m와 400m, 계영 800m)을 차지한 호주 국가대표 스테파니 라이스가 볼 코치의 애제자다.

박태환이 이번에 개인혼영을 뛴 것을 두고 일각에서 아무 의미가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김천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