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룩했던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축구를 말아먹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월간지 인터뷰 기사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신동아 8월호는 표지에 '지장 허정무 "히딩크가 한국축구 말아먹었다"'는 제목으로 허정무 전 감독 인터뷰를 전했다.

이 인터뷰에 따르면 허 감독은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의 미래를 걱정해서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을 짠 게 있느냐. 그는 철저하게 단기적인 것에만 집중했다"면서 "(히딩크는) 모든 전략과 전술을 2002년에만 맞췄다.

2002년 이후를 내다보는 세대교체, 특히 취약한 수비 부문의 세대교체에는 전혀 신경을 안 썼다"고 쓴소리를 했다.

허 감독은 또 "히딩크의 뒤를 이은 쿠엘류, 본프레레, 베어벡도 다 마찬가지였다.

코앞의 성적 올리기에만 몰두했지 밑바닥에서부터 유망주들을 발굴하려는 노력은 없었다"면서 "좀 심하게 말하면 이 사람들이 한국 축구를 말아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허 감독은 20일 연합뉴스와 전화에서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 외국인 감독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 상황에서 과거 한국 대표팀을 맡았던 외국인 감독에 대해 냉정한 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밝힌 것이 것이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허 감독은 이어 "히딩크 감독 이후 외국인 감독들이 과연 한국축구를 위해 한 것이 무엇인지 짚어봐야 한다는 의미에서 `말아먹었다'는 표현을 쓰긴 했다.

이들은 세대교체 등 한국축구의 미래가 아니라 당장 눈앞의 성적만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이는 차기 대표팀 감독이 외국인이냐 한국인이냐는 이제 더는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던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허 감독은 히딩크 감독에 대해서는 "그도 역시 세대교체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나이 많은 선수들이 당시 대표팀의 주축이었다"고 지적했지만 그러나 "월드컵 4강을 이룬 히딩크의 업적은 누구든 인정해야 하고, 존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