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호이젠 'No 보기' 비결은 장갑의 빨간 점
제139회 브리티시오픈은 극적인 반전이나 톱랭커들의 우승 경합 없이 밋밋하게 끝났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세계에서 골프를 가장 잘 한다는 156명이 출전한 대회이니 만큼 교훈은 있게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2010 브리티시오픈에서 배울 점으로 '웨스트호이젠의 포커스 포인트' '장비 교체는 신중하게' '베스트 라운드 직후를 조심하라'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웨스트호이젠의 독특한 집중 방법

챔피언 루이 웨스트호이젠의 장갑에는 점이 하나 찍혀 있다. 왼손 엄지 윗부분에 빨간 색으로 표시됐다. 웨스트호이젠은 "장갑에 표시한 빨간 점을 '포커스(focus) 포인트'라고 부르는데 볼에 어드레스하기 직전 그 점을 3초 정도 보며 온 신경을 집중한다"고 말했다. 헤드업도 막을 뿐더러 마음에 안정을 찾아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도 거두는 것.그 덕분일까. 그는 '무빙 데이'라 일컫는 3라운드 2번홀부터 4라운드 7번홀까지 24개홀에서 '노 보기' 플레이를 펼쳤다. 보기가 나오면 낙담하는 대신 그 다음 홀에서 더 집중하는 효과도 있었다. 최종일 8번홀 보기 후 곧바로 9번홀(파4 · 307야드)에서 '1온' 후 이글퍼트를 성공하며 승기를 잡았다.

강욱순 프로는 "집중력을 높이고 그립을 일관되게 하기 하기 위해 장갑에 점을 찍거나 글을 쓰는 일이 더러 있다"고 말했다.

◆큰 대회 앞두고 장비 교체는 신중해야

이번 대회에서 최경주는 퍼터와 퍼팅 자세를 완전히 바꿨고,우즈는 메이저 14승 가운데 13승을 함께한 '조강지처 퍼터'(스카티 카메론 뉴포트Ⅱ)를 빼버리고 새 퍼터(나이키 메소드)로 1~3라운드에 임했다. 그러나 최경주는 커트탈락했고,우즈는 챔피언과 13타차의 공동 23위에 머물렀다.

최상호 프로는 "큰 대회를 앞두고 장비를 교체하는 것은 개인적인 문제"라며 "특히 퍼터는 감을 잡고 자신감을 가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스트 라운드 다음날 조심하라

'베스트 라운드 직후 워스트 스코어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있다. 로리 매킬로이는 첫날 메이저대회 18홀 최소 타수인 63타를 쳤으나 둘째날 80타로 무너져공동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임진한 프로는 "강풍이 불었다고는 하지만 하루 사이 17타를 더 친 것은 그만큼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매킬로이는 세인트 앤드루스GC에서 통산 14라운드를 했는데 한 차례도 70타대 스코어를 기록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2라운드를 제외하고 60타대 스코어를 냈다. 둘째날 스코어카드에 '8'자 대신 '7자'를 적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