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 116분을 달려온 '패스의 달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슈팅은 그대로 네덜란드의 골그물을 흔들었고, 스페인의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이라는 엄청난 결과물을 가져왔다.

이니에스타는 12일(한국시간) 새벽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2010 남아공월드컵 결승전에서 네덜란드를 상대로 연장 후반 11분 결승골을 터트리며 조국 스페인의 1-0 승리를 결정했다.

이니에스타의 결승골을 앞세운 스페인은 1930년 제1회 월드컵이 열린 이후 무려 80년 만에 우승트로피를 차지하는 영광의 순간을 맛봤다.

말 그대로 극적인 순간이었다.

9만 명에 가까운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치러진 이날 결승전에서 스페인과 네덜란드는 치열한 허리싸움을 펼쳤고, 전후반 90분 동안 서로 골 그물을 흔들지 못한 채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스페인이 짧고 빠른 패스로 공격을 주도한 가운데 잔뜩 웅크리고 있던 네덜란드는 후반전에 아르연 로번(뮌헨)이 두 차례나 스페인의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와 1대1로 맞서는 기회를 얻었지만 모두 골을 넣는데 실패하면서 승리를 스스로 날리고 말았다.

연장전에 들어간 스페인은 연장 전반 4분 만에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널)가 네덜란드 골키퍼와 독대하는 결정적 기회를 잡았지만 끝내 골로 만들지 못했다.

연장전 후반에 접어들어서도 일진일퇴의 공방이 계속되면서 승부차기라는 최후의 승부가 예상되는 순간 9만여명의 관중은 일제히 탄성을 터트렸다.

연장 후반 11분 연장전 시작과 함께 교체투입된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가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자 파브레가스가 아크 정면에서 잡아 재치있게 페널티지역 오른쪽에 도사리던 이니에스타에게 볼을 내줬다.

볼이 투입되는 순간 오프사이드를 피해 쇄도한 이니에스타는 침착한 오른발 발리슛으로 그토록 열리지 않았던 네덜란드의 골문을 강하게 흔들었다.

이날 선발 투입된 이니에스타가 날린 첫 번째 슈팅이 결승골이 되는 순간이었다.

특히 조별리그 칠레와 경기에서 첫 골을 맛봤던 이니에스타는 이번 대회 두 번째 골이자 자신의 A매치 49경기 출전에서 8번째 골이 '역사의 골'이 되는 기쁨도 함께 맛봤다.

이니에스타는 이날 경기에서 결승골 뿐 아니라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맡으면서 70차례 패스 가운데 41개를 동료에게 정확히 연결했고, 무려 14.028㎞를 뛰는 '무한 체력'까지 선보였다.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까지는 팀 동료인 사비의 그늘에 가려 있었지만 2008년 유럽선수권대회 우승을 맛보면서 네덜란드 대표팀과 바르셀로나의 주축 멤버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이니에스타는 특히 170㎝의 단신에 체격은 물론 체력적으로 상대 수비수들에게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수비수를 속이는 뛰어난 발재간과 지능적인 플레이로 약점을 보완하면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통해 최고의 스타로 거듭났다.

(서울=연합뉴스)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