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한번도 경기장에 나오지 않아 자칫 미완성으로 끝날뻔 했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대회가 끝내 온전한 마침표를 찍었다.

11일 밤(현지시간) 월드컵 폐막식이 열린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스타디움.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한바탕 빛의 축제가 끝난 뒤 9만여 관중들은 일제히 기립하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골프카트를 타고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것. 쌀쌀한 날씨 탓에 두터운 검은색 코트와 털모자에 장갑까지 낀 이 `살아있는 성자'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옆에는 부인 그라사 마셀 여사가 나란히 앉아 오는 18일 92회 생일을 맞는 만델라 전 대통령을 부축했다.

관중들은 만델라 전 대통령이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퇴장하기까지 2∼3분 간 `마디바'(만델라의 애칭. 존경받는 어른이란 뜻)를 연호하고 부부젤라를 불면서 애정과 존경심을 표시했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당초 월드컵 개막전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전날 증손녀(13)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단 한번도 월드컵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보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국제축구연맹(FIFA)과 남아공월드컵조직위원회는 만델라 전 대통령의 폐막식 및 결승전 참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노심초사해 왔다.

평화의 아이콘으로 세계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만델라 전 대통령이 월드컵 현장에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경우 이 역사적인 대회의 의미가 반감돼 자칫 미완성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남아공은 이번 월드컵의 슬로건으로 `아프리카의 인류애를 세상에 알리자'로 정했으며, 이를 상징하는 인물로 만델라 전 대통령을 내세워왔다.

이날 폐막식은 화려한 조명 속에 아프리카의 열정이 담긴 노래와 군무가 펼쳐지며 전세계 7억여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콜롬비아의 미녀 가수 샤키라는 역동적인 춤과 함께 남아공 월드컵 공식 주제가 `와카와카'(WAKA WAKA)를 불러 흥을 끌어올렸다.

특히 비디오 프로젝션을 이용해 32개 월드컵 출전 국가의 국기가 그라운드에 아로새겨지고, 상서로운 흰코끼리 13마리가 물 웅덩이 주변을 거니는 퍼포먼스가 펼쳐져 갈채를 받았다.

이날 폐막식은 `감사합니다'를 비롯, 출전국의 감사말이 그라운드에 투영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폐막식에는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과 아프리카 15개국 정상, 스페인 소피아 왕비 등이 참석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