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화려한 빛의 축제…만델라 폐막식 참석
11일 밤(현지시간) 월드컵 폐막식이 열린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스타디움.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한바탕 빛의 축제가 끝난 뒤 9만여 관중들은 일제히 기립하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골프카트를 타고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것. 쌀쌀한 날씨 탓에 두터운 검은색 코트와 털모자에 장갑까지 낀 이 `살아있는 성자'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옆에는 부인 그라사 마셀 여사가 나란히 앉아 오는 18일 92회 생일을 맞는 만델라 전 대통령을 부축했다.
관중들은 만델라 전 대통령이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퇴장하기까지 2∼3분 간 `마디바'(만델라의 애칭. 존경받는 어른이란 뜻)를 연호하고 부부젤라를 불면서 애정과 존경심을 표시했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당초 월드컵 개막전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전날 증손녀(13)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단 한번도 월드컵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보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국제축구연맹(FIFA)과 남아공월드컵조직위원회는 만델라 전 대통령의 폐막식 및 결승전 참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노심초사해 왔다.
평화의 아이콘으로 세계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만델라 전 대통령이 월드컵 현장에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경우 이 역사적인 대회의 의미가 반감돼 자칫 미완성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남아공은 이번 월드컵의 슬로건으로 `아프리카의 인류애를 세상에 알리자'로 정했으며, 이를 상징하는 인물로 만델라 전 대통령을 내세워왔다.
이날 폐막식은 화려한 조명 속에 아프리카의 열정이 담긴 노래와 군무가 펼쳐지며 전세계 7억여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콜롬비아의 미녀 가수 샤키라는 역동적인 춤과 함께 남아공 월드컵 공식 주제가 `와카와카'(WAKA WAKA)를 불러 흥을 끌어올렸다.
특히 비디오 프로젝션을 이용해 32개 월드컵 출전 국가의 국기가 그라운드에 아로새겨지고, 상서로운 흰코끼리 13마리가 물 웅덩이 주변을 거니는 퍼포먼스가 펼쳐져 갈채를 받았다.
이날 폐막식은 `감사합니다'를 비롯, 출전국의 감사말이 그라운드에 투영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폐막식에는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과 아프리카 15개국 정상, 스페인 소피아 왕비 등이 참석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jus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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