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 박지성 '양손젓기 세리머니에 함박웃음'


'어게인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지난 1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 그리스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에 나선 축구대표팀의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후반 8분 질풍 같은 드리블에 이어 감각적인 왼발슛으로 2-0 승리에 쐐기를 박는 골을 터트렸다.

골 그물에 볼이 꽂히는 것을 확인한 박지성은 양팔을 휘저으면서 기쁨을 만끽했고, 축구팬들은 박지성의 세리머니에 '풍차돌리기'와 '봉산탈춤' 등의 이름을 붙였다.

그로부터 19일이 지나고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역사를 만든 태극전사들이 '다문화 가정과 함께하는 자선 축구'를 위해 안산 와스타디움에 다시 모였고, '그때 그 세리머니'가 다시 펼쳐지면서 축구팬들은 당시 승리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박지성과 '양박체제'를 이뤘던 박주영(모나코)이 박지성의 역할을 대신했고, 박지성이 허정무 감독 대신 지휘봉을 잡았다는 것이다.

박주영은 전반 11분 유병수(인천)의 스루패스를 받아 골키퍼 키를 살짝 넘기는 재치있는 칩 슛으로 선제골을 뽑았고, 곧바로 양팔을 휘저으며 그라운드를 돌았다.

그리스전 당시 박지성의 세리머니를 패러디한 것.
'풍차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벤치를 향해 뛰어간 박주영은 동료와 함께 박지성과 깊은 포옹을 나눴다.

하지만 오랜만에 유니폼을 벗고 흰색 셔츠에 검은색 넥타이로 멋을 부린 사령탑 박지성은 박주영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자 쑥스러워하며 "하지마~ 하지마"를 연발하는 재미있는 장면도 연출했다.

박주영의 세리머니뿐 아니라 연속을 골 맛을 봤던 유병수의 골 뒤풀이도 감동과 웃음을 자아냈다.

유병수는 전반 16분 추가골을 넣자 선수들과 나란히 서서 유니폼 가슴에 새겨진 '多한국인'이라는 글자를 가리키며 이날 경기의 의미를 부각했고, 후반 16분 세 번째 골을 넣고 나서는 팀 동료인 강수일(인천)의 이마에 '깜짝' 키스를 선사했다.

강수일은 K-리그 유일의 다문화 가정 출신 선수다.

후배들의 멋진 골로 감독 데뷔전에서 3-1 완승을 거둔 박지성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 "아직 선수여서 경기장에서 뛰는 게 편한다.

기성용(셀틱)과 이승렬(서울)이 조금 무리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날 자선축구가 치러진 와스타디움에는 2만여 명의 축구팬들이 경기시작 1시간 전부터 모여들면서 경기장 인근 전철역과 도로가 밀려드는 인파와 자동차로 북적거렸다.

킥오프 40분여분 전부터 선수들이 몸을 풀러 나오자 팬들은 태극전사들을 향해 아낌없는 함성과 박수를 보냈고 선수들도 인사와 박수로 답례했다.

특히 이날 감독으로 깜짝 변신한 '캡틴' 박지성이 하얀 셔츠와 검정 넥타이 차림으로 나타나자 팬들은 박지성의 색다른 모습에 감탄했다.

자선경기답게 선수들 역시 평소에 보여주지 않았던 재미있는 장면을 많이 연출해 팬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기성용은 좀처럼 보여주지 않았던 '가위 젓기' 드리블을 선보였고, 이승렬은 갑자기 볼을 자신의 유니폼 상의 속에 넣고 뒷짐을 진 채 질주하기도 했다.

특히 이승렬은 박지성 감독이 교체사인을 보내자 강하게 저항하며 그라운드에서 한동안 시위를 벌이는 귀여운 '하극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경기의 개최에 큰 역할을 했던 '맏형' 이영표(알 힐랄)는 "이렇게 의미 있는 경기에 참가하게 돼서 너무 좋다"며 "안산지역 외국인 노동자나 다문화 가정의 자녀에게 이번 경기가 기쁨이 됐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안산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songa@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