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를 월드컵 출전 사상 처음으로 '원정 16강'에 올려놓은 허정무 감독(55)이 2년6개월 동안 잡았던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허 감독은 2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축구협회가 후임 감독 인선에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일찍 결심하게 됐다. 차기 감독 인선에서 물러나겠다. 당분간 재충전 시간을 가지면서 공부할 생각"이라며 대표팀 사령탑 재계약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의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었던 허 감독은 협회로부터 연임 제의를 받아왔다. 조중연 축구협회 회장은 "경험 있는 국내 지도자가 오랫동안 대표팀을 이끌 때가 왔다"면서 허 감독의 유임을 바란다는 뜻을 표명했다.

그러나 허 감독은 고심 끝에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월드컵과 함께 감독 계약이 끝났기 때문에 '사퇴'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가족이 나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는데 당분간 재충전 시간을 갖고 가족과도 시간을 보내려 한다"고 설명했다.

허 감독은 유소년축구 육성이나 K리그 복귀 등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허 감독의 재계약 포기에 따라 이르면 7일 기술위원회를 열어 후임 사령탑 인선 작업에 들어간다. 수석코치로 허 감독을 보좌했던 정해성 코치,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 등이 차기 사령탑 후보로 거론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