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 27일(한국시간) 밤 11시 남아프리카공화국 블룸폰테인 프리스테이트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잉글랜드와 독일의 대결은 2010 월드컵 16강에서 최고의 흥행 카드로 꼽힌다.

축구 경기 뿐만 아니라 역사와 정치에서도 감정의 골이 깊은 양팀이 월드컵에서 무려 20년 만에 격돌하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때 서로 총을 겨눴던 양국은 이후 축구 경기장에서 전쟁 같은 승부를 펼쳐왔다.

성인 대표팀의 A매치 대결에서 27번 싸웠다.

잉글랜드가 12승 5무 10패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고 2000년대 들어서도 3승 2패로 우위지만 매번 두 팀은 만날 때마다 명승부를 연출했다.

특히 월드컵에서는 그야말로 혈전이었다.

4번 대결했는데 무려 3차례나 연장전에 돌입했다.

그나마 한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잉글랜드와 독일의 월드컵 경기 가운데 가장 유명한 승부는 1966년 영국에서 열린 첫 대결이다.

당시 결승에서 격돌했는데 잉글랜드는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해트트릭을 뽑은 제프 허스트의 활약 덕분에 독일(당시 서독)을 4-2로 꺾고 처음이자 지금까지 한번뿐인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허스트가 뽑은 잉글랜드의 3번째 골이 두고두고 논란이 됐다.

연장 11분 허스트가 찬 공은 크로스바의 아랫부분을 맞고 떨어진 뒤 그라운드 쪽으로 튀어나왔는데 골로 인정됐다.

이 골로 승패는 갈렸다.

독일은 홈어드밴티지 때문에 우승을 도둑맞았다고 생각하고 이를 갈았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 8강에서도 양팀은 연장 혈투를 펼쳤다.

이번에는 독일이 연장 18분에 터진 게르트 뮐러의 결승골 덕분에 웃었다.

1982년 스페인 대회에서는 2라운드에서 0-0으로 비겼다.

독일은 조 1위로 2라운드를 통과했고 결승까지 진출했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에서도 두 팀의 승부는 한 치 양보가 없었다.

4강에서 만났는데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 끝에 독일이 4-3으로 이겼다.

앙숙을 제압한 독일은 신바람을 내며 팀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도 두 팀은 약속이나 한 듯 조별리그에서 고전했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미국, 알제리와 잇따라 비기면서 비틀거리다가 슬로베니아를 이기고 16강에 합류했다.

첫 경기에서 호주를 4-0으로 이기면서 흥을 낸 독일은 세르비아에 0-1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뒤 가나를 1-0으로 꺾고 겨우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득점력은 5골을 넣은 독일이 2골의 잉글랜드보다 낫다는 평이다.

다만 5골 가운데 4골이 약체 호주와 경기에서 나왔고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1골도 성공하지 못한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양팀 선수 가운데는 누구보다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미로슬라프 클로제(바이에른 뮌헨)의 스트라이커 대결이 관심을 끈다.

루니는 조별리그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보여준 폭발적인 돌파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인상적인 몸놀림을 보여주지 못하다가 슬로베니아와 경기에서 골포스트를 한 차례 맞춘 데 그쳤다.

하지만 루니는 한 번 시동이 걸리면 언제든 탁월한 골 감각을 과시할 수 있는 특급 골잡이다.

독일의 요아힘 뢰프 감독도 "루니가 폭발하면 막기 어렵다.

루니가 골을 넣지 못하도록 우리 수비수가 단단히 막아야 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이에 맞서는 클로제는 헤딩골의 명수다.

2002년 한일 대회와 2006년 독일 대회에서 각각 5골을 넣었는데 상당수가 헤딩골이다.

월드컵 통산 최다 골 신기록에도 도전하고 있는 클로제는 호주와 경기에서 헤딩골을 넣어 통산 11골을 작성했다.

세르비아와 경기에서 퇴장을 당한 탓에 가나와 경기에 나서지 못한 클로제는 잉글랜드와 경기에서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다.

수비는 두 팀 모두 포백으로 맞선다.

잉글랜드는 애슐리 콜, 존 테리(이상 첼시) 등이 수비벽을 쌓고 있고, 독일은 주장 필리프 람(바이에른 뮌헨)이 수비진을 이끌고 있다.

훌리건으로 유명한 잉글랜드가 앙숙인 독일과 맞붙는 탓에 양팀 안팎에는 일찌감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남아공 현지 경찰은 이 경기에 안전요원을 추가로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팽팽한 대결이 예상되는 만큼 승부를 가리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전략도 마련하고 있다.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감독은 승부차기에 나설 선수 5명을 벌써 낙점했고 훈련 때마다 페널티킥 연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