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아공 월드컵 B조에서는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가 16강에 오를 것이다”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지난 3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했던 예언은 절반만 맞아 들어갔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아르헨티나와 함께 사상 첫 원정 16강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현역 시절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뛰어난 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펠레는 은퇴 이후 했던 예상마다 빗나가는 경우가 많아 ‘펠레의 저주’라는 징크스까지 생겨났다.

펠레가 우승 후보 혹은 다크호스로 꼽은 팀이 월드컵 초반에 탈락하는 경우가 종종 벌어졌고, 반대로 실력이 ‘별로’라고 한 팀은 이변을 일으키는 경우도 드물지만 생겼다.

예컨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펠레는 스페인과 독일을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함께 우승후보로 꼽았다. 그러나 스페인은 스위스에 패배를 당했고, 독일 역시 초반 호주와의 경기에서 대승하며 선전을 예고했지만 이어 세르비아에게 일격을 당하고 말았다.

펠레는 특히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나이지리아의 선전을 기대하며 “유럽 리그에서 뛰는 경험 많은 선수들을 보유한 나이지리아가 4강에 선착한 뒤 결승까지 진출할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는 아르헨티나, 그리스에 연이어 패하고 23일 새벽 한국과의 경기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해 결국 16강 행이 좌절되고 말았다.

앞서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도 펠레는 “브라질이 조별리그 통과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지만 브라질은 결승에서 독일을 꺾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한국이 16강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스위스에 0:2로 패하면서 한국은 16강 진출의 꿈을 미뤄야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펠레의 예언에 오르내린 국가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가슴을 졸이곤 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펠레의 예언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또 한 번 빗나가 한국은 16강 진출 티켓을 확보했다. 펠레의 저주가 한국에게는 결국 행운이 된 셈이다.

한경닷컴 경제팀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