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의 패배를 잊지 않았다'

한국의 월드컵 출전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지휘한 허정무(55)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번에는 남미의 `복병' 우루과이 사냥에 나선다.

허정무 감독은 개인적으로 우루과이와 악연이 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선수로 당시 아르헨티나아의 주공격수 디에고 마라도나를 전담 수비하다 `태권축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던 허정무 감독은 4년 후 이탈리아 대회에선 대표팀 트레이너로 변신했다.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당시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고 허정무 감독은 지도자의 길을 걸으려고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대표팀에는 김주성 축구협회 국제국장과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 서정원 올림픽대표팀 코치, 최순호 강원FC 감독, 황선홍 부산 아이파크 감독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로 구성됐다.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승승장구했지만 월드컵 본선 무대에선 힘을 쓰지 못한 채 승점 1점도 챙기지 못하고 3전 전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당시 한국은 E조 3차전 마지막 경기에서 우루과이와 맞붙었다.

벨기에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0-2, 스페인과 2차전에서 1-3으로 각각 진 한국은 2연패에 빠져 우루과이가 1승 사냥의 제물이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우루과이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한국은 우루과이와 대등한 경기를 펼친 끝에 90분까지 0-0 무승부 행진을 이어갔지만 후반 추가시간에 오프사이드로 의심되는 다니엘 폰세카의 헤딩골이 골문에 꽂히면서 3전 전패의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당시 대표팀 트레이너였던 허정무 감독은 선수들과 쓸쓸하게 귀국했다.

당시 우루과이 사령탑은 현재 지휘봉을 잡은 오스카르 타바레스(63) 감독이었다.

허정무 감독으로선 20년 만에 설욕의 자리에서 다시 만난 셈이다.

허정무 감독은 "16강부터 단판 승부기 때문에 지면 탈락하고 이기면 올라간다.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16강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했지만 그 이후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 더 큰 목표로 가는데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는 야심찬 출사표를 던졌다.

허 감독이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 뼈아픈 패배를 안겼던 우루과이와 악연을 끊고 8강 진출의 새 역사를 쓸지 주목된다.

(더반=연합뉴스)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