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7) 월드컵 '가상광고' 도입…현대차 5초 노출에 시청률 40.7%
남아공월드컵 한국과 그리스전이 열린 지난 12일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전반 7분 기성룡이 멋지게 감아 올린 프리킥을 이정수가 논스톱 슛으로 연결하며 그리스 골망을 흔들었다. 검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이정수의 골 세리머니 뒷부분으로 파란색 바탕에 흰글씨의 'VISA(비자)' 로고가 빛났다. 비자는 이 장면이 TV 인터넷 등에 노출될 때마다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이번 월드컵부터 A보드(경기장 내 입간판)가 발광다이오드(LED)로 교체됐다. 경기장의 모든 간판에 동일 회사의 로고가 한꺼번에 노출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파트너들의 미디어 노출 효과가 최고로 높아졌다.

스포츠 후원사들의 '노출 마케팅'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정보기술(IT) 발달로 소비자들의 '가슴'에 기업의 로고를 더욱 선명하게 새기게 된 것이다. 스포츠 용품사들의 로고가 또렷해지고 TV화면에 가상광고도 등장했다.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후원사들이 노리는 스포츠 마케팅의 주요 효과는 브랜드 노출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라며 "더 선명하게,더 오랫동안 브랜드를 노출하기 위한 묘안 찾기가 중요한 이슈"라고 말했다.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7) 월드컵 '가상광고' 도입…현대차 5초 노출에 시청률 40.7%
◆가상광고 시청률 일반 광고의 최고 4배

지난 12일 오후 9시30분 그리스와의 후반전이 시작되기 전에는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 위에 '피겨퀸' 김연아가 등장했다. '붉은악마'로 변신한 김연아가 시청자를 향해 두 손가락을 지그시 누르자 현대차 로고가 선명한 축구공 '굿윌볼'이 나타났다. 5초 정도의 짧은 영상이지만 이 광고의 시청률은 40.7%에 달했다. '프라임 타임'의 시청률이 10%를 넘기 힘든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올해부터 허용된 가상광고는 기존 방송화면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가상 이미지를 덧입혀 내보내는 광고다. 채널 재핑(zapping,광고를 피하기 위해 리모컨으로 채널을 바꾸는 행위)이 상대적으로 적은 경기 시작 전후와 하프타임,경기 중 내보내 시청률이나 주목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북미미식축구(NFL) 등 해외에선 일반적인 광고 형태지만 국내에선 지난 3월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쇼트경기에서 삼성 하우젠(시청률 12.7%)이 첫 선을 보인 데 이어 세계피겨선수권대회,마스터스골프,월드컵 평가전에도 등장했다.

이번 월드컵에선 56개 생중계 경기 전후로 5초씩 노출되는 동영상 광고와 리플레이 장면에서 경기당 3~5초씩 노출되는 자막 광고가 활용됐다. 김인섭 한국방송광고공사 팀장은 "동영상 광고는 경기당 1회씩 6억원,자막 광고는 FIFA 및 올림픽 후원사만을 대상으로 1회씩 1억원을 기본 가격으로 책정해 협상을 진행했다"며 "재방송 하이라이트 등 생중계가 아닌 경우는 '덤'으로 넣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가상광고는 일반광고 단가의 1.5배 수준이며 5초라는 시간적 제한으로 인해 크리에이티브(광고물)를 기획하기 어려운 게 단점이다. 이준하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은 "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스폰서십을 체결한 기업의 광고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하고 있어 아직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고 말했다.

◆언제나 선명한 유니폼 로고

국가 대표팀의 월드컵 유니폼이 대회 때마다 바뀌지만 나이키 로고는 언제나 선명하다. FIFA의 유니폼 규정에 따르면 축구협회 엠블럼은 왼쪽 가슴,월드컵 로고는 오른 어깨에 달아야 한다. 국기 크기는 25㎠로 제한했지만 유니폼 후원사 로고에 대한 제한은 없다.

박찬혁 제일기획 차장은 "유니폼 스폰서 기업들은 매번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면서도 로고가 선명하게 보이도록 하는 데 엄청나게 투자한다"며 "나이키 푸마 등 FIFA 공식 스폰서에서 밀려난 용품사들은 브랜드 노출 기회가 유니폼밖에 없어 유니폼 디자인에 특히 공을 들인다"고 설명했다.

유명 축구 클럽의 타이틀 스폰서들도 유니폼 띄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은 2005년부터 후원하고 있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유니폼에서 로고 위치를 1㎝ 위로 올렸고 활자도 키웠다. 영국에서 삼성의 스폰서십을 담당하고 있는 박화주 제일기획 국장은 "유니폼 디자인은 조금만 바꿔도 큰 차이를 낳는다"며 "연초 첼시와 마케팅 회의를 할 때마다 유니폼 로고 노출 등 세세한 부분까지 협의해 스폰서 효과를 높이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요하네스버그(남아공)=임원기/김주완/송형석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