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 `박지성 활용법이 곧 메시 봉쇄법!'

한국 축구대표팀의 키플레이어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인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23.바르셀로나)와 한 판 대결을 벌인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첫 경기에서 그리스를 2-0으로 완파한 한국 대표팀은 17일 오후 8시30분(이하 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아르헨티나와 2차전을 치른다.

나이지리아와 1차전에서 1-0으로 이긴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다.

한국 대표팀은 그리스를 상대했을 때와는 다른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이영표(알 힐랄)도 말했듯 그리스와 경기에서는 승점을 따는 것이 중요했지만,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는 승점을 잃지 않으려는 경기 운영이 필요하다.

승부의 핵심은 박지성과 메시의 중원 대결이다.

아르헨티나는 메시 말고도 세계적 공격수들이 즐비하지만, 한국으로서는 일단 메시의 발을 묶는 것이 급선무다.

한국은 그리스와 경기에서 박지성을 왼쪽 미드필더로 내세운 4-4-2의 주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는 박지성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세우고 미드필더 숫자를 늘린 4-2-3-1 포메이션으로 싸울 것이 유력하다.

아르헨티나도 나이지리아와 1차전에서 메시를 원톱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 밑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하고 좌·우에 앙헬 디 마리아(벤피카)와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를 내세운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한국과 2차전에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박지성과 메시의 중원 맞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격돌에서 써먹을 전술을 실험하고자 지난 4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치른 스페인과 마지막 평가전에서도 일명 `박지성 시프트'로 불리는 4-2-3-1을 가동했다.

4-1-4-1 포메이션의 스페인이 세계적 미드필더진을 보유해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박지성이 오른쪽 허벅지 안쪽 근육 통증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 제대로 된 실험을 못 했다.

박지성의 자리에는 오른쪽 측면이 제 자리인 김재성(포항)이 선발로 나섰다.

이날 박지성의 공백은 커 보였다.

박지성은 소속팀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 메시에 판정승을 거둔 적이 있다.

2008년 4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풀타임을 뛰면서 메시를 봉쇄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1-0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왼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던 박지성은 오른쪽 날개 메시를 꽁꽁 묶었다.

메시가 중앙 미드필더로 옮기자 박지성도 똑같이 자리를 옮겨 메시를 무력화했다.

박지성은 이날 무려 1만1천962m를 뛰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 첫 판에서 박지성은 득점포까지 가동하면서 기분 좋게 첫 걸음을 뗐다.

승리와 함께 아시아 선수로는 월드컵 본선 3개 대회 연속골의 주인공이 돼 기쁨은 두 배가 됐다.

반면 메시는 나이지리아와 격돌에서 골 맛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상대 수비수를 허무는 화려한 드리블과 동료의 움직임에 맞춰 구석구석 찔러주는 패스는 역시 메시다웠다.

메시는 화려한 드리블로 기본적으로 상대 선수 3-4명은 끌고 다니면서 재치있는 일대일 패스로 수비벽을 허물고 슛 기회를 만들어갔다.

나이지리아는 전담 마크맨을 두지 않는 대신 메시가 볼을 잡으면 순간적으로 2-3명이 에워싸며 봉쇄에 나섰지만 메시는 주변 동료를 이용해 압박을 풀어나가는 영리한 플레이를 했다.

메시를 어떻게 막느냐는 아르헨티나는 물론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모든 팀의 숙제였다.

사상 첫 원정 대회 16강 진출을 노리는 한국도 아르헨티나와 2차전에서 대등하게 맞서려면 메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막느냐가 중요하다.

중원으로 옮겨 진두지휘할 주장 박지성의 활약이 다시 한번 필요한 때다.

(루스텐버그=연합뉴스)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