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 12일 그리스와 운명의 1차전

특별취재팀 = `발칸반도의 복병 그리스를 넘어 월드컵 출전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위대한 도전에 나선 한국 축구대표팀이 12일(한국시간) 오후 8시30분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그리스와 본선 B조 조별리그 개막전을 치른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과 오토 레하겔 감독이 지휘하는 그리스 모두 1차전이 16강 진출을 가늠하는 분수령이다.

같은 B조의 아르헨티나가 한 수 위 전력으로 무난하게 16강에 오를 것으로 보여 남은 한 장의 티켓을 놓고 한국과 그리스, 나이지리아가 치열한 대결이 불가피해서다.

한국은 안방에서 열렸던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4강 진출 신화를 창조했고 유럽의 변방으로 여겨졌던 그리스는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를 제패했던 기적을 연출했다는 점은 많이 닮았다.

한국과 그리스 모두 1차전 맞대결에서 승점 3점을 딴다면 16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그리스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13위로 한국(47위)보다 34계단이나 높지만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을 괴롭혔던 유럽 팀으로는 그나마 맞붙어볼 만한 상대다.

역대 상대전적에선 한국이 1승1무로 앞서 있다.

지난 2006년 1월21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친선대회에서 간판 공격수 박주영의 득점포를 앞세워 1-1로 비겼고 2007년 2월6일 영국 런던에서 벌어진 평가전에선 이천수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허정무 감독은 유럽 무대에서 뛰는 해외파를 총가동해 `장신군단' 그리스의 벽을 허물겠다는 복안이다.

4년 전 그리스와 대결에서 골맛을 봤던 박주영이 `왼발 달인' 염기훈과 상대 골문을 열 공격의 쌍두마차로 나선다.

또 `캡틴' 박지성이 왼쪽 날개를 맡고 박지성과 같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인 이청용이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선다.

중앙 미드필더진은 검증된 기성용-김정우 듀오가 호흡을 맞춘다.

`양박(박주영.박지성)-쌍용(이청용.기성용)'이 대표팀의 주축으로 그리스 허물기에 힘을 보태는 것이다.

4-4-2 전형의 포백 수비진은 왼쪽부터 이영표-조용형-이정수-차두리가 늘어선다.

피부 발진과 통증을 수반한 대상 포진에 걸려 사흘을 쉬었던 중앙수비수 조용형이 완쾌되면서 든든한 수비벽을 친다.

골키퍼 장갑은 노련한 이운재가 낄 것으로 보인다.

허정무 감독은 "그리스는 장신 공격수와 수비수가 많아 세트피스 상황에서 위협적이지만 느린 수비수의 뒷공간을 이용해 득점을 노리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에 맞서는 그리스는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으로 한 방을 노리는 스타일이다.

`오토 대제'로 불리는 명장 레하겔 감독은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4-3-3 포메이션과 3-4-3 전형을 혼용했으나 스리백을 기본으로 하면서 좌우 윙백 2명이 수비에 가세하는 형태의 5-2-3 포메이션에 가깝다.

주축 중앙수비수 방겔리스 모라스가 부상으로 결장하는 건 다행히지만 190㎝ 안팎의 공격수와 수비수가 세트피스 때 적극적으로 가담하기 때문에 조용형과 이정수 등 한국 수비수들이 제공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아야 한다.

공격수로는 유럽예선 득점왕에 올랐던 테오파니스 게카스와 오른쪽 날개를 책임졌던 디미트리오스 살핑기디스 등 한 명이 선발라인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191㎝의 앙겔로스 하리스테아스와 기성용의 셀틱 동료인 요르고스 사마라가 경계대상이다.

또 전담 키커인 요르고스 카라구니스의 날카로운 크로스와 슈팅도 위협적이다.

한국과 그리스가 맞붙을 포트엘리자베스는 초속 6m 안팎의 강한 바람이 예상되는 데다 현지시각으로 낮 경기(오후 1시30분)로 치러지기 때문에 경기력 이외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같은 B조의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는 같은 날 오후 11시 요하네스버그의 엘리스파크에서 조별리그 1차전을 벌인다.

(포트엘리자베스=연합뉴스)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