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 않은 낮 경기와 바람은 누구 편일까?'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마침내 오는 12일 오후 8시30분(이하 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그리스와 2010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을 치른다.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한국이나 그리스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으로, 두 팀 모두 총력전을 예고하며 마지막 준비에 한창이다.

한국 대표팀의 경우 선수들은 10일 오후 베이스캠프인 루스텐버그를 떠나 포트엘리자베스로 이동하지만 전한진 행정팀장과 김형채 조리장 등 선발대는 하루 먼저 들어가 태극전사를 맞을 만반의 준비를 한다.

포트엘리자베스에서 사용할 훈련 장비와 의무 장비 등도 대회 조직위원회가 제공하는 팀 전용 트럭 편으로 9일 오후 포트엘리자베스로 출발한다.

두 팀 모두 이번 대회 첫 경기를 치르는 데다 전력 못지않게 여러 변수가 있어 승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더욱 세심한 준비가 요구되는 이유다.

우선 경기 시간이다.

한국-그리스의 경기는 현지 시각으로 낮 1시30분에 킥오프된다.

올해 K-리그에서도 방송 중계를 위해 주말 경기 중 일부를 오후 1시에 벌이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유럽 리그에서도 겨울 주말에는 낮 12시30분에 경기가 킥오프되기도 한다.

하지만 주로 야간에 많은 경기를 치러온 프로 선수들에게는 생소한 시간대다.

K-리그 감독과 선수들은 경기 킥오프 시간이 달라지면서 무엇보다도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국 대표팀은 8일 오후 베이스캠프인 루스텐버그의 올림피아파크 경기장에서 한 훈련을 그리스전과 같은 시간에 맞춰 진행했다.

이를 위해 평소 오전 8시 시작하는 아침 식사 시간을 9시로 한 시간 늦췄다.

경기 당일 킥오프 시간 90분 전에 경기장에 도착해야 해 점심을 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그리스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그리스도 8일 훈련부터 한국과 1차전 킥오프 시각에 맞춰 리허설에 들어갔다.

그리스축구협회 관계자는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열리는 한국과 경기를 자연스럽게 대비하려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포트엘리자베스의 바람도 변수다.

남아공 기상청에 따르면 12일 포트엘리자베스의 기온은 최저 10℃에서 최고 23℃, 강수확률은 0%다.

날씨가 큰 영향은 주지 않을 듯한데 우려되는 것은 바람이다.

기상청은 12일 포트엘리자베스에 초속 5.3m의 북서풍과 초속 10.3m의 남서풍이 강하게 부는 것으로 예보했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남반구에 위치한 남아공의 계절이 여름이었던 지난 1월 전지훈련 중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현지 프로 리그 2부팀 베이 유나이티드와 치른 친선경기에서 3-1로 이기고 나서 "그리스와 경기를 치를 때는 겨울이고, 스타디움이 바람을 막아주기 때문에 큰 영향을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트엘리자베스는 인도양에서 사시사철 불어오는 강한 바람 때문에 '윈디 시티(Windy city)'로 불린다.

게다가 통풍이 잘되도록 뚫어 놓은 공간을 통해 스며드는 바람이 간혹 그라운드에 돌풍 현상까지 일으켜 선수들로서는 뜻하지 않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필드 플레이어들은 공중볼 다툼이나 킥, 골키퍼는 공의 방향 예측 등 바람이 불러올 변수에 애를 먹을 수 있다.

대표팀의 베이스캠프인 루스텐버그는 해발 1천200여m. 하지만 포트엘리자베스는 0m의 평지다.

대표팀은 1월 전훈 때도 루스텐버그에 있다가 포트엘리자베스로 이동해 평가전을 치르며 월드컵 예행연습을 했다.

당시 허 감독은 "볼의 속도와 호흡이 훨씬 편하다"며 고지대에서 적응을 하고 평지로 내려가는 것이 태극전사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허 감독도 "공의 빠르기와 컨트롤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적응을 잘해야 한다"고 말해 고도의 변화에 대한 대비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루스텐버그=연합뉴스)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