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시간은 단 2주.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노리는 '비운의 스트라이커' 이동국(31.전북)이 허벅지 부상에도 불구하고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대비한 26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면서 '부상과 전쟁'에 들어갔다.

허정무(55) 축구대표팀 감독은 17일 오후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코칭스태프 회의를 통해 30명의 예비 엔트리에서 4명을 추린 26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조원희, 강민수(이상 수원), 김치우(서울), 황재원(포항)가 탈락의 비운을 맛본 가운데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허벅지 뒷근육 부상으로 26명 명단 발탁에 물음표를 달고 있던 이동국은 이름을 올렸다.

이동국은 이날 오전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오른쪽 허벅지 뒷근육이 미세하게 찢어져 3주의 진단을 받으면서 월드컵 본선 출전의 기회가 사라지는 듯했지만 끝내 26명의 명단에 포함됐다.

하지만 조건이 붙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최종 엔트리를 제출해야 하는 6월 2일 오전 7시(한국시간)까지 허벅지 부상에서 회복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허정무 감독은 "최종 엔트리 제출 시한까지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이동국은 꼭 필요한 선수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동국으로선 조건부 발탁이지만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찾아온 월드컵 본선 출전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각오뿐이다.

말 그대로 이동국의 월드컵 도전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에 들지 못하면서 2회 연속 월드컵 기회를 놓쳤고, 그해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따지 못해 광주 상무에 입단해야만 했다.

광주 상무에서 두 시즌 동안 뛰면서 정규리그에서 15골을 터트리며 부활의 날개를 편 이동국은 2006년 독일 월드컵 예선에서 맹활약했지만 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두고 K-리그 경기에서 무릎 인대를 다치면서 끝내 8년 만의 월드컵 출전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독일에서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태극전사들의 경기를 부러운 시선으로 지켜본 이동국은 절치부심했고, 지난해 K-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출전의 기회를 엿봤다.

허정무 감독 역시 이동국을 믿을 만한 조커로 낙점하고 30명의 예비엔트리 명단에 포함했지만 부상은 또 한 번 이동국을 엄습했다.

지난달 정규리그 경기에서 허벅지 통증을 느낀 이동국은 정규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연속으로 치르면서 부상이 악화했고, 결국 지난 16일 에콰도르와 평가전을 치르다 허벅지 통증을 느끼면서 교체됐다.

결국 병원에서 MRI 촬영을 통해 회복에 3주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이동국은 최종 엔트리 제출시기까지 스스로 부상에서 벗어나야 하는 힘겨운 싸움을 펼치게 됐다.

(파주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