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의 골키퍼 엔트리는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거미손' 이운재(37.수원)의 경기력 논란과 그에 따른 '2인자' 정성룡(25.성남)에 대한 스포트라이트.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축구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시선은 말 그대로 우려와 고민의 이중주다.

지난 11일 쏘나타 K-리그 2010 7라운드 강원-경남 경기가 치러진 춘천종합경기장에는 축구대표팀의 김현태 골키퍼 코치와 박태하 코치가 관중석에 자리 잡고 관전했다.

강원과 경남에는 소위 '대표급 선수'가 없다.

강원의 골게터 김영후는 아직 대표팀에 부름을 받지 못했고, 부상에서 회복된 정경호 역시 사실상 대표선수와 인연을 접은 상태다.

이 때문에 김현태 골키퍼 코치의 등장은 최근 대표팀 골키퍼 논란과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경남의 '베테랑 골키퍼' 김병지(40)와 연관성이 있지 않으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김 코치는 "오늘 특별한 K-리그 경기도 없고 해서 바람 쐬는 기분으로 왔다"면서 웃었다.

'혹시 김병지를 보러온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김병지도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오면 오히려 부담스러워해요"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운재 논란'으로 넘어갔다.

김 코치는 우선 "최근 언론에서 이운재를 너무 깎아내리고 있다. 이운재 논란이 계속되면 솔직히 정성룡도 부담을 많이 갖게 된다"며 "주전 경쟁의식을 주입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극단적으로 몰면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김 코치는 지난주에도 "골키퍼의 실점을 놓고 계속 논쟁을 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라며 '이운재 논란'이 계속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경험 많은 수비수가 많으면 걱정이 덜 되지만 현재 조용형(제주)과 곽태휘(교토) 등은 대표팀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이럴수록 수비수를 잘 이끄는 골키퍼가 필요하다. 선수들도 이운재가 골키퍼로 나서면 든든함을 느낀다. 보이지 않는 플러스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코치는 그러나 "월드컵에 나설 3명의 골키퍼 엔트리를 놓고 고민 중"이라며 아직 확실하게 엔트리를 결정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그는 "대표팀에는 경험 많은 선수가 필요하다. 혹시라도 주전이 다치면 공백을 메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운재와 정성룡으로 굳어지는 골키퍼 주전-백업 시스템에서 경험 많은 제3의 골키퍼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병지가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상황. 하지만 김 코치는 "강원의 유현 골키퍼도 예전에 눈여겨봤던 선수"라며 말을 돌렸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은 김병지와 이운재에 이어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최은성(대전)을 제3의 골키퍼로 발탁해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도 골키퍼 코치를 맡았던 김현태 코치가 월드컵 골키퍼 최종 3인방을 놓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