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기다림이 성사된 순간이었다. 지난 2월 회원(찰리) 초청으로 찾은 오거스타내셔널GC.전날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아침에도 그치지 않았다. 마음이 불안해서 "비가 와도 플레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다행히 대답은 "예스"였다.

오거스타는 회원이 골프장에 도착하지 않으면 나머지 일행이 정문을 통과할 수 없다. 여권을 보여주고 그 유명한 정문앞길 '매그놀리아 레인'을 지났다.

마침내 꿈에 그리던 첫 티샷.우리는 '멤버스 티'에서 플레이했다. 이날 최고의 샷은 아멘 코너의 시작인 11번홀(파4)에서 날렸다. 약간 내리막인 세컨드샷 지점에서 145야드가 남아 7번 아이언을 선택했는데 그 샷이 그린 가장자리에 떨어졌다. 2단 그린에서 볼이 올라가다 내려오고 다시 훨씬 지나치는 바람에 4퍼트를 하고 말았다.

12번홀(파3)에서는 티샷을 홀옆 2m 지점에 떨어뜨렸다. 그 기쁨에 나도 모르게 만세를 불렀다. 하지만 그린이 너무 빨라 파에 만족해야 했다.

13번홀(파5)에서는 티샷이 그린 앞에서부터 페어웨이 좌측을 끼고 흐르는 개울로 들어가버렸다. 1벌타 후 레이업한 볼도 그린 앞 개울에 빠졌고 다음 샷도 마찬가지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음 샷은 그린 뒤쪽 벙커에 떨어졌다. 이 홀에서 기록한 스코어는 내 가슴에만 평생 담아두기로 했다. 동반자 한 사람이 "1978년 나카지마가 이 홀에서 역대 최악인 8오버파 13타를 쳤다"고 귀띔하는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

곡절 많았던 라운드를 도는 동안 그린 스피드가 너무 빠른 데다 언듈레이션까지 심해 애를 먹었다. 18번홀 그린을 나서며 '명색이 싱글 핸디캐퍼인데 유리알 그린에 제대로 놀아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오면 더 좋은 스코어를 내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밀려오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오거스타의 오랜 전통과 문화,골퍼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매너와 에티켓도 한없이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