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최경주가 마스터스대회 1 · 2라운드에서 타이거 우즈,매트 쿠차와 함께 뛰게 됐다. 그러나 우즈와의 조편성을 마냥 좋아만 할 일은 아니다. 역대 마스터스대회 1라운드에서 그와 함께 라운드에 나선 선수들의 평균 스코어는 74.71타(2.71 오버파)였다.

마스터스대회의 조편성은 어떻게 이뤄지는 걸까. 50명으로 구성된 경기위원회(Rules Committee)가 진행한다. 사실상 경기위원장이 대진표를 짠다. 때문에 타이거 우즈가 최경주를 선택한 건 아니다. 하지만 우즈의 입김(?)이 간접적으로 반영될 수는 있다.

투어 대회의 조편성 원칙은 방송 시간대에 스타급 선수들을 포진시키는 것이다. 아무래도 타이틀 스폰서,방송사,갤러리들의 주요 관람 시간대 등에 영향을 받는 것.하지만 마스터스대회는 첫 번째 조 1번홀 티샷부터 생방송으로 전파를 타기 때문에 방송사의 영향이 적다. 송병주 KPGA투어 운영국장은 "타이거 우즈는 갤러리들이 보기 편하게 좋은 시간을 배정받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선수가 동반 플레이어를 선택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흥행 유발이 대진표 작성의 주요 변수라는 얘기다. 지난해 8월 USPGA챔피언십에서 우즈를 물리치고 아시아인 최초로 메이저 챔피언에 오른 양용은은 두 달 뒤 남자 프로골프 대륙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에서 우즈와 리턴 매치를 했다. 이때 우즈는 매치플레이 게임에서 5홀을 남기고 6홀 차로 앞서 완벽하게 설욕했다.

대회조직위원회가 소란스러운 우즈의 복귀전 파트너로 노련한 베테랑,최경주를 골랐다는 게 골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경주는 미국PGA 투어에서도 통산 7승을 거뒀고 2004년 이 대회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고 성적인 3위에 오르는 등 아시아권 간판 선수로 활약해 오고 있다.

게다가 세계 랭킹을 연초 대비 40계단씩 끌어 올리며 '마스터스 출전권'을 따낸 드라마틱한 스토리의 주인공이란 점도 이번 조편성에 한몫했다. 매트 쿠차는 마스터스대회가 열리는 조지아주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공대 출신인 쿠차는 홈팬의 응원을 유도할 수 있다.

조편성에서 우즈를 '보이지 않게' 부각시키는 것도 고려 사항이다. 우즈의 성추문 이후 침체기를 맞은 미국 PGA투어는 우즈의 복귀전을 통해 다시 '붐업'해야 할 처지다. 때문에 동반 플레이어가 들러리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제니퍼 브라운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의 논문을 인용해 "우즈가 출전하는 경기에서 다른 선수들은 현저하게 나쁜 경기 운영을 보였다"며 "경쟁자들이 심리적으로 그가 우승할 것으로 예상하면서,자신의 실패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출한 경쟁자가 있을 때 그를 꺾으려하기보다 지레 승부를 포기해 버리는 '슈퍼스타 효과'를 최경주가 이겨낼지 주목된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