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골프광(狂)' 소리를 듣는 사람은 많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존 F 케네디,제럴드 포드가 그렇고 빌 클린턴도 그 범주에 든다. '멀리건'을 잘 받기로 정평난 클린턴이 오거스타내셔널GC에 입회하려고 신청서를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까지 역임한 세계적 명사인데도 오거스타내셔널GC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오거스타내셔널GC를 두고 '마스터스보다 더 권위적이고 고답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무엇이 오거스타내셔널GC의 콧대를 그토록 높여 놓은 것일까.

◆입회절차,회원명단은 철저한 비밀

오거스타내셔널GC의 회원은 300명 선이다. 40대 초반에서 90대 후반까지 다양한데 회원의 평균 나이는 72세 정도다. 회원의 3분의 1 이상이 은퇴한 노인이라는 점 외에는 잘 알려진 것이 없다. 사망하거나 탈회한 회원이 있을 경우 기존 회원의 추천을 받아 보충하는데 그 절차는 아무도 모른다. 골프장 측에서 희망자의 프로필을 보고 정하면 그뿐이다. '왜 안 되느냐'는 말은 통용되지 않는다. 물론 골프장을 개방하는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5개월 동안 회원만이 라운드할 수 있다.

비회원은 골프장 입구를 들어설 수조차 없으며 라운드하려면 반드시 회원과 동반해야 한다. 300명 가운데 여성은 없다. 그래서 2002년 마르사 버크 미국여성조직평의회 의장 등으로부터 "여성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는 비난을 받아오고 있지만 "프라이빗 코스의 결정에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말로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있다. 여성이 라운드하려면 남편이 회원이거나 회원과 동반하는 수밖에 없다. 다만 흑인회원은 1990년 처음 받아들였는데 극소수다.

◆인생 경험 풍부한 노장들의 집합소

오거스타내셔널GC 회원이 되려면 돈이나 명성만 가지고는 안 된다. 기존 회원들과의 친화력,절제성,연륜(인생 경험),영향력 등이 중요한 판단 요소다. 그 가운데서도 경제인이나 전직 고위관료 등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경제인은 왕년의 성장기업이었던 은행 금융 유화 가스 제조 유통업에 종사했거나 은퇴한 CEO(전문경영인)이 많다. 그 가운데는 워런 버핏(버크셔 해서웨이),잭 웰치(제너럴 일렉트릭),케네스 시놀트(아메리칸 익스프레스),루 거스트너(IBM) 등이 들어있다.

정치인이나 관료 중에서는 샘 넌 전 상원의원,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니컬러스 브래디 전 재무장관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이 회원이다.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회장)조차도 상당기간 대기명단에 있다가 입회가 허용된 것으로 유명하다. 오거스타내셔널GC 회원이 아니면 미국에서 유명인사라고 할 수 없을 정도다. 프로골퍼로는 마스터스에서 6회 우승한 잭 니클로스,4회 우승한 아널드 파머가 명예회원으로 등재돼 있다. 그런 반면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부동산 재벌,신흥 IT(정보기술)업계 부호 등은 명단에 없다.

◆연중 51주는 회원,1주는 일반 개방

오거스타내셔널GC는 매년 4월 둘째주에 여는 마스터스 때를 제외하고는 일반이 들어갈 수 없다. 세계 골프장 가운데 가장 폐쇄적인 골프장답게 1년 52주 중 51주는 회원들만 입장할 수 있고 '마스터스 위크' 한 주 동안만 일반에 개방하는 것.더욱 대회가 끝난 직후 10월까지 6개월간은 문을 닫는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