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둘째주 '마스터스 위크(week)'가 돌아왔다. 올해는 타이거 우즈(미국)의 복귀무대인 데다 6명의 한국(계) 선수들이 출전해 더 관심을 끈다.

오는 8일 밤(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시작하는 마스터스골프토너먼트는 세계 톱랭커 98명이 벌이는 명승부와 함께 독특한 마케팅으로 유명하다. 남자골프 4개 메이저대회 가운데 역사는 가장 짧지만,최고의 골프대회라는 명성을 얻은데서 이를 알 수 있다. 특정 골프장이 매년 같은 장소에서 메이저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밑지는 장사'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마스터스의 지난해 총매출은 약 5360만달러(약 600억원)였다. 그 중 800만달러 정도(약 90억원)가 순이익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대회와 달리,특정 기업들의 후원 없이도 큰돈을 남기면서 대회를 치르는 비결은 뭘까. 폐쇄적이고도 독보적인 마케팅 덕이다. 아무나 대회에 출전할 수 없듯이,아무나 이 대회를 구경할 수 없다. 아무나 중계할 수 없고,아무나 취재할 수 없다. 모든 것은 오거스타내셔널GC가 정한 대로 진행된다.

마스터스 관람객은 갤러리라는 말 대신 '패트론'(patron · 후원자)이라고 부른다. 오거스타내셔널GC로부터 입장권을 받는 패트론은 4만명 정도로 추산되며 이들은 평생 관람이 보장돼 있다. 사망자가 생겨야 다른 사람에게 기회가 넘어간다. 1972년부터는 패트론 대기자 접수도 중단했다. 1978년과 2000년 두 차례 결원 보충을 위해 일시 접수를 재개했으나 바로 마감됐다.

패트론이 아닌 사람이 마스터스 입장권을 구입하려면 암표상을 찾거나 경매를 통하는 수밖에 없다. 입장권 공정가격은 대회 1~4라운드를 볼 수 있는 나흘 통용권이 200달러(약 23만원).연습라운드 하루만 보는데도 30~40달러(약 3만4000~4만5000원)를 내야 한다. 그런데 벌써 나흘 통용권이 1900~2600달러(약 210만~290만원)로 치솟았다. 이 가격은 대회가 임박할수록 올라간다. 역대 대회를 보면 1만달러 이상으로 치솟는 일이 흔하다. 세계 주요 기업의 홍보담당자들은 골프를 좋아하는 고객 접대를 위해 마스터스 입장권을 구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더욱 타이거 우즈나 필 미켈슨이 우승경쟁에 나설 경우 그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 된다.

오거스타내셔널GC 측은 입장권 판매 수입으로 대략 1000만달러를 챙긴다. 해마다 가격을 조금씩 올리지만 불평하는 사람은 없다. 관람 자체가 '특권'이란 인식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대회장에는 입장권 없이 마스터스를 보려고 연 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들은 대부분 연습라운드를 보거나 대회장 주변에서 마스터스를 즐긴다. 이들이 마스터스 위크에 각종 매점에서 사먹는 식음료비만 300만달러가 넘는다.

기념품 판매 수입도 어마어마하다. 매년 10만명 정도가 1인당 평균 300달러(약 34만원)어치의 기념품을 구입,그 수입만 3000만달러(약 3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월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라운드한 김운용 나인브릿지클럽 대표는 "마스터스 위크에 프로숍 매출액이 400억원에 달한다더라"고 전한다. 또 TV중계권료로 1000만달러 이상을 받는다.

마스터스 덕분에 대회장 인근 주민들도 대목을 맞는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우즈 출전소식 이후 지역 내 숙박업소와 식당,렌트하우스에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대회기간 오거스타 지역의 물가는 평소보다 2~3배 오른다. 특히 골프장 인근 식당의 음식료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고,'마스터스 메뉴'가 따로 생길 정도다. 마스터스를 애틀랜타 인근의 소도시 오거스타에 본부를 둔 '마스터스 주식회사'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듯하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