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프로축구팀을 맡아 볼 생각 있으세요?"

31일 열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차전을 앞두고 중국 베이징에 머물던 신태용 성남 일화 감독과 한국에 있던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은 공교롭게도 공식 기자회견에서 같은 질문 하나를 받았다.

신태용 감독은 베이징 궈안(중국)과 E조 4차전을 앞두고 30일 베이징 노동자경기장에서 마지막 훈련을 지휘하고 기자회견까지 끝내고 일어서려는데 중국 취재진이 따로 몰려들어 한동안 더 인터뷰에 응했다.

중국 취재진은 `베이징 공기와 날씨 어떠냐?'에서부터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맞수는 누구냐?' 등 궁금했던 것도 참 많았던지 신 감독이 자리를 못 뜨게 했다.

그 중 한 기자가 최근 중국 2부리그 광저우의 사령탑에 오른 이장수 감독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신 감독에게 `중국 프로팀 지휘봉을 잡을 생각은 없느냐?'라고 물었다.

지난 10여 년간 충칭과 칭다오, 베이징 등 중국 1부리그 3개 팀을 맡았던 이장수 감독은 중국 내에서도 인정받는 한국 지도자다.

성남이 싸워야 할 중국 슈퍼리그 챔피언 베이징도 이 감독이 지난 시즌 막판까지 이끌었던 팀이다.

불쑥 튀어나온 질문에 당황할 법도 했는데 신 감독은 자세를 낮추면서 현명하게 대처했다.

신 감독은 먼저 "지도자로서 아직은 한국에서도 더 배워야 할 것이 많다. 한국에서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어 "다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중국 뿐만아니라 어느나라에서라도 감독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허난 전예(중국)와 G조 4차전 홈 경기를 앞두고 이날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한 차범근 수원 감독을 향해서도 중국 취재진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차 감독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나고서 중국 핑안팀을 맡은 경력도 있다.

차범근 감독은 "아주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 먼 훗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중국 선수들을 가르쳐 보고 싶다"며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곧 "그러나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한국이다. 수원 삼성에서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다른 곳에 신경쓰기보다 이 곳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는 말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중국 프로팀은 지난 주 K-리그 네 팀과 맞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그리고 이번 4차전 `리턴 매치'에서 설욕을 벼르고 있다.

하지만 일단 30일 열린 경기에서 다시 창춘 야타이와 산둥 루넝이 각각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에 또 졌다.

잘 나가는 K-리그 팀의 사령탑에게 중국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이유다.

(베이징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