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기른 선수 한 명이 열 선수 안 부럽다. '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는 스폰서 업체가 한 명의 선수만 후원하는 '나홀로 계약선수'들이 많다. 김보경(24 · 던롭스릭슨) 조윤지(19 · 한솔) 김자영(19 · 동아오츠카) 이수지(20 · 르꼬끄골프) 문수영(26 · 엘르골프) 양수진(19 · 넵스) 박보배(23 · 에쓰오일) 윤슬아(24 · 세계투어)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들이 선수를 후원하는 사연도 독특하다. 1~2년차 선수들은 주로 해당 기업과의 친분으로 스폰서십 계약을 맺는다. '대형 루키' 조윤지는 언니 조윤희(28 · 토마토저축은행)가 오크밸리CC에서 연습한 것을 계기로 6년 전인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이 골프장을 찾았다. 조동길 한솔 회장은 조윤지에게도 연습할 수 있도록 배려한 데 이어 조윤지가 지난해 드림(2부)투어 상금왕에 오르며 투어카드를 확보하자 올해 메인스폰서로 나섰다.

김자영은 지산CC에서 함께 연습하던 남영우 프로(37 · 동아제약)의 덕을 톡톡히 봤다. 열심히 훈련하던 김자영을 눈여겨 본 남영우가 지난해 4월 세미프로 상태인 김자영을 '싱글 핸디캐퍼'인 강정석 동아제약 사장한테 추천해 스폰서십 계약까지 이어진 것.김자영은 시드선발전에서 17위를 기록,올 시즌 동아오츠카 로고가 달린 모자를 쓰고 정규투어에 출전하게 됐다.

양수진은 지난해 KLPGA투어 넵스마스터스를 개최했던 주방가구업체 넵스와 연이 닿았다. 넵스는 깜찍한 외모에다 시즌 막판까지 신인왕 경쟁을 펼칠 정도로 기량이 뛰어난 양수진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투어 6년차 김보경은 에이전트를 통해 골프용품업체 던롭스릭슨과 손을 잡은 케이스.김보경은 지난해 주요 대회에서 상위권에 들며 상금 랭킹 9위(1억4000만원)로 시즌을 마쳤다. 던롭 관계자는 "김보경이 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져 후원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년 계약이 끝난 박보배는 올 시즌 에쓰오일과 재계약했다. 박보배가 에쓰오일 모자를 계속 쓰는 이유 중 하나는 유창한 영어실력이다. 뉴질랜드 국가대표 출신인 박보배는 아흐메드 수베이 사장 등 에쓰오일 경영진과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 해외 VIP와 라운드할 때도 귀여움을 독차지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골프 실력과 인성,평판 등을 골고루 따져봤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무시하지 못할 요소"라고 말했다.

'나홀로 계약선수'가 대회에서 우승까지 하면 스폰서 기업들이 얻는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저런 인연으로 기업과 맺어진 선수가 우승컵을 거머쥐면 그야말로 홍보 만점"이라고 밝혔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