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백 인터뷰] 김연아 선수와 친해지고 싶었는데‥
성시백과의 인터뷰는 그의 일정만큼이나 급박하게 잡혔다. 올림픽 이후 너무 바빠 '감히 엄두도 못냈던' 인터뷰인지라 생각할 것도 없이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성시백은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게 태릉에 도착했다. 오전에도 행사가 있었다며 피곤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성시백은 스케이트를 제대로 신을 시간도 없이 바로 인터뷰에 임해야했다.

5년을 준비한 올림픽은 마냥 아쉽지만 그는 최선을 다했다는 말로 에둘러 표현했다. 지난 해 4월 첫 인터뷰때와 마찬가지로 조금은 느린 말투와 조금 높이 보는 시선은 여전했고, 확실히 끝맺는 말보다는 줄임말로 동의를 구하는 어법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줄여진 말 속에는 그때보다 더 많은 감정이 섞여 있었다. 세계 선수권을 위해 출국을 눈 앞에 둔 성시백을 태릉에서 만났다.

* 성시백은 14일 세계 선수권을 위해 출국했다.


올림픽이 끝난 지 2주가 지났는데 다시 돌아보면 어떤가?

- 일단, 아쉬움이 컸어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아쉬움이 제일 많이 느껴지는 올림픽으로 남는 것 같아요.

지난 해 대표 선발전 후 인터뷰를 한 뒤로 따로 인터뷰는 처음이다 만나기가 너무 어려워졌는데 팬의 관심은 어떤 것 같나?

- 확실히 예전보다는 관심을 많이 주시는 것 같죠. 길을 걸어다니다보면 알아보시는 분들도 있고. 신기하기도 하고, 가끔 선물을 건네 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웃음)

힘들 것 같다

- 몸은 괜찮은데 정신이 없어요. (성시백은 오전에도 불교 관련 행사를 치르고 태릉에 도착하자 마자 2건의 인터뷰를 진행해야했다.) 오전에 불교 신자 선수 환영행사가 있었거든요. 끝나자 마자 온거에요.

인터넷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선수가 됐다

- 인터넷을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아요. 제 미니홈피만 가끔하고 다른 글들은 거의 보지 않기 때문에 인터넷 상에서 인기가 많은 건 아주 와닿고 그렇지는 않아요. 가끔 인터넷에 이런 얘기가 있다더라하면 확인차 몇 번 본적은 있는데 딱히 나쁜 얘기는 없는 것 같고, 있어도 나서서 뭐라 하기도 그렇고….

몸짱사진이 많이 돌아다니기도 했는데

- 그건 나쁜게 아니잖아요?(웃음)

밴쿠버에서의 일거수 일투족이 화제가 됐다

- 평소 놀던대로 놀면서 미니홈피에 올리고 했던 건데 (김)민정 누나랑 스캔들도 나고, 올림픽 중 생일(2월 18일)이 있어서 생일 파티도 하고 그랬는데 그런게 하나하나 기사가 났죠.

올림픽이 거의 마무리가 되고 나서는 밴쿠버를 많이 즐겼는데 그런 것에도 관심을 많이 보여 주시더라고요.

일거수 일투족 하니까, 요즘 인터넷에서 안현수와 유난히 친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알고 있는지?

- 아, 그래요? 제가 처음 대표팀에 들어와서 힘들었을 때 제일 많이 도와줬던 선배고 그 이후로도 계속 함께 운동했었고, 운동을 떠나서도 참 좋아하는 형이에요. (한참 생각한 뒤) 현수 형(성시백은 '안현수 선수'라고 표현했다)은 어떻게 생각할 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 존경하기도 하고 각별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각별하다는 거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한 뒤) 서로 각별해야 하잖아요. (웃음)

김연아와 친해지고 싶다고 했었는데 많이 친해졌나?

- 사실 저는 누가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고 하는게 쉽지 않아요. 근데 김연아 선수도 마찬가지인지 서로 얼굴은 보고 그랬는데 말은 거의 못했어요. 못 친해졌죠.

지난 해 4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르는 동안 성시백은 소속팀이 없었다. 다들 종아리 부분에 자신의 소속을 적은 유니폼을 입고 설때 성시백의 다리에는 '서울일반'이 적혀있었다.

오는 4월 성시백은 '용인시청'이 적혀 있는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된다.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을 따 올 정도의 실력인데도 성시백은 선발전이 힘들 것 같다고 예상한다.

밴쿠버 이후, 소치에서 뛸 것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자회견에서 소치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 지금도 소치에 대한 생각은 없어요.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았고. 토리노 동계 올림픽 선발전에서 떨어지고나서 생각이 정말 많았어요.

그러면서 바로 밴쿠버 준비를 했었고…. 그게 벌써 5년쯤 됐는데…. 올림픽을 한 번 치르고 나니까 다음 올림픽에 대한 준비를 바로 하게되지는 않네요. 이번 올림픽 결과가 맘에 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하고 있어요.

금메달 딸 기회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직 먼 얘기니까요. 다시 한 번 도전은…. 해볼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하겠다. 하지 않겠다. 그런 생각 자체를 해보지 않아서…. 그때되면 선수로서 완전히 꺾인 나이기도 하고….

올림픽은 끝났지만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 일단 세계 선수권이라는 큰 시합이 있고, 그래서 지금도 계속 태릉에서 준비하고 있어요. 그 다음엔 팀 선수권이 있고 한국 들어와서 또 대표 선발전이 있고. 선발전이 끝나고나면 시즌 끝!

그럼 선발전이 끝나면?

- 일단 계획은 4주 훈련을 받을 생각이에요. 대학원도 휴학 해놓은 상태거든요. 4주 훈련 받고나면 다시 시즌 운동 시작될 때까지는 좀 쉬고 싶어요. 아, 근데 이건 선발전이 되고 나서 얘기고, 선발 안되면 그냥 쭉 쉬어야죠.

선발전에서 확실히 된다는 생각은 안하는 것 같다

- 워낙 어린 선수들이 잘타는 상황이라 '확실히 대표에 선발된다'는 생각은 안해요. 올 선발전은 더욱 힘들어 질 것 같아요.

500M가 주력인데 유럽 선수들도 그 종목에서는 강세를 보인다

- 유럽 선수들에 비해 스타트가 많이 약하죠. 그러니까 자리 잡는 것부터 밀리고, 자리 잡아도 뒷자리가 잡히니까 힘들긴 하죠. 유럽 선수들이 체력은 모자라도 속도가 빠른 편이라….

체력이 없다고는 해도 4바퀴 반(500M)뛸 체력은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선두로 치고 나가는 게 쉽지가 않아요. 몸싸움도 외국선수들은 타고난 체격이 있어서 필요하다면 필요한 부분이긴 한데 몸싸움보다 실력으로 이겨야죠.

앞으로 500M에서 한국 간판이 될 자신은 있는가?

자신이야…. 자신있다고 말하기는 좀 (웃음)

그럼 우리나라에서 라이벌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이 부분에서 성시백은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누구…있나요? (웃음) 한번도 생각해 본적 없는 것 같아요. 다른 상대를 의식하는 거기에 말려들어버리니까 항상 경기할 때는 내 스스로가 좋은 결과 낼 수 있도록 할 뿐이에요.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