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이 기분 좋은 추억을 가진 이탈리아 강호 AC밀란과 다시 만난다.

맨유는 11일 오전 4시45분(이하 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에서 AC밀란과 2009-201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홈 경기를 치른다.

영국 언론에서는 2003년 맨유를 떠난 세계적 스타 데이비드 베컴(AC밀란)이 7년 만에 올드 트래퍼드에서 경기한다며 더욱 관심을 보여온 대결이다.

맨유는 지난달 17일 원정 1차전에서 전반 3분 만에 호나우지뉴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전반 36분 폴 스콜스의 동점골에 이어 후반 터진 웨인 루니의 두 차례 헤딩골로 3-2 역전승을 거둬 8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이번 2차전에서 0-1 또는 1-2로 지더라도 원정 다득점 규정에 따라 8강 티켓은 맨유에 돌아간다.

맨유는 유러피언컵을 포함해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AC밀란을 네 차례 만나 한번도 다음 라운드로 진출한 적이 없다.

1957-1958 시즌 4강에서 처음 만나 1, 2차전 합계 2-5로 졌고 1968-1969 시즌 준결승에서도 합계 1-2로 졌다.

2004-2005 시즌에는 16강에서 만나 홈, 원정에서 각각 0-1로 패했다.

최근인 2006-2007 시즌에는 다시 4강에서 만났는데 홈에서 3-2로 이겼지만, 원정에서 0-3으로 무릎 꿇어 1,2차전 합계 3-5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AC밀란은 맨유를 꺾은 1968-1969 시즌과 2006-2007 시즌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맨유는 AC밀란과 악연을 이어왔지만, 박지성은 다르다.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 소속이던 2003-2004 시즌부터 7시즌 연속 `꿈의 무대'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박지성에게 AC밀란은 늘 자신의 참모습을 유감없이 뽐낼 수 있었던 상대였다.

박지성은 2004-2005시즌 챔피언스리그 AC밀란과 4강 2차전에서 에인트호벤 유니폼을 입고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대회 본선에서 골을 터트렸다.

당시 경기는 16강에서 AC밀란에 패해 우승 꿈이 깨졌던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이 직접 지켜보고 있었다.

퍼거슨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박지성은 결국 2005년 여름 맨유로 둥지를 옮겨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았다.

2006-2007 시즌 4강전 때 무릎 부상으로 뛰지 못한 박지성은 지난달 16강 원정 1차전에서 맨유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AC 밀란과 처음 맞닥뜨렸다.

박지성은 맨유 입단 후 처음으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풀타임을 뛰었다.

퍼거슨 감독은 원정 경기임을 고려한 듯 루니를 최전방에 내세워 다소 수비적인 4-5-1 포메이션으로 AC밀란에 맞섰다.

박지성은 중앙에서 공격의 물꼬를 트는 한편 수비 때는 이탈리아 국가대표인 AC밀란의 플레이메이커 안드레아 피를로를 전담 마크했다.

박지성은 당시 임무에 대해 "퍼거슨 감독이 피를로를 봉쇄하라고 주문했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는 대표팀에서도 뛰었던 자리라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의 요구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승리의 숨은 주역이 됐다.

박지성은 이날 90분 동안 양팀 선수 통틀어 가장 많은 12.113㎞를 뛰며 피를로의 발을 꽁꽁 묶었다.

맨유는 1차전 승리로 이번 홈 경기에서는 무리할 필요가 없지만, 무릎이 좋지 않은 주포 루니의 출장이 불투명해 고민이다.

3년 전 역전패의 악몽을 기억하는 맨유로서는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필요하다.

  박지성은 7일 오전 치른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 울버햄프턴과 원정 경기에서 후반 27분에 루이스 나니와 교체 투입돼 체력 소모가 덜했다.

퍼거슨 감독이 이번 대결에서는 박지성을 어떻게 활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