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010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렸지만 이면에는 아직도 걷어내지 못한 짙은 그림자가 있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전통적인 효자종목 쇼트트랙 뿐 아니라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 3개를 획득하는 쾌거를 이룩하고 `피겨여왕' 김연아(20.고려대)까지 배출했지만 설원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여전히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판 쿨러닝' 봅슬레이 대표팀만이 처음 출전한 동계올림픽에서 일본을 따돌리고 19위를 차지해 결선 레이스에 진출하는 성과를 올렸을 뿐 알파인 스키나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등은 최하위권이거나 완주도 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이번 대회에서 역대 최다 메달을 따 국가별 종합순위 5위에 오르는 업적을 달성했지만 설상 종목은 세계 수준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바닥에서 헤매고 있다.

물론 설상 종목은 일년 중 훈련할 수 있는 기간이 3개월여에 불과한데다 올림픽 수준의 슬로프나 노르딕 코스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일 수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밴쿠버올림픽 직전 열린 전국 동계체전에 빙상 종목 선수들은 거의 불참했지만 설상 종목 선수들은 대부분 참가했다.

올림픽에서 메달 가능성이 희박하다 보니 전국체전이라도 출전해 소속팀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밴쿠버올림픽을 통해 한국은 설상 종목에서도 틈새 시장을 확인했다.

전통적인 알파인이나 노르딕 종목은 유럽과 북미 선수들을 따라가기 힘들지만 서정화(남가주대)와 김호준(한국체대)이 출전했던 프리스타일 스키나 스노보드 등은 투자만 뒤따르면 충분히 메달권이 보인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동계스포츠 만큼은 한국보다 더 불모지인 중국은 이미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프리스타일 에어리얼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또 썰매 종목은 국내에 트랙조차 없지만 결선에 올랐다.

이들 종목은 투자만 뒷받침된다면 올림픽 메달이 불가능한 도전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설상 종목이 살아나기 위해선 고집스럽게 전통 종목만을 지켜나갈 것이 아니라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발굴해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밴쿠버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