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남녀 쇼트트랙 대표팀이 금메달을 끝내 따내지 못한 채 아쉽게 경기를 마쳤지만, 한국 선수단은 막바지에 이른 '눈과 얼음의 축제' 분위기 속으로 흠뻑 빠져들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와 5,000m, 여자 1,000m 경기가 열린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
경기장 관중석 곳곳에 '금빛 얼굴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쇼트트랙 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봤다.

26일 같은 경기장 한복판에서 금메달을 확정짓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던 '피겨퀸' 김연아(20.고려대)가 이젠 객석 한편에 앉아 경기장을 바라봤다.

김연아는 홀가분해진 마음을 표현하듯 화장기 없는 얼굴에 자연스럽게 머리칼을 늘어뜨리고 활짝 웃으며 쇼트트랙 경기를 지켜봤다.

남자 500m 준결승에서 이호석(24.고양시청)이 갑작스레 균형을 잃고 넘어질 때는 놀란 표정으로 머리를 감싸쥐며 아쉬워하는 등 순수한 팬의 입장에서 경기를 즐겼다.

김연아의 어머니와 아버지도 경기장 한구석에 앉아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를 즐겼고, 이번 대회에서 13위에 오르며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준 '피겨 샛별' 곽민정(16.수리고)도 '연아 언니' 옆자리에서 밝은 표정으로 경기를 관람했다.

다른 한쪽에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역사를 새로 쓴 '07학번 삼총사'가 나란히 앉았다.

이상화(21), 이승훈(22), 모태범(21.이상 한국체대) 등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들은 김관규(43) 대표팀 감독과 함께 경기장을 찾아 수다를 떨면서 경기를 지켜보는 등 끈끈한 친분을 과시했다.

한국 선수단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응원을 펼치면서 퍼시픽 콜리세움은 축제 분위기로 가득했다.

비록 이날 금메달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목표를 초과 달성한 선수단은 경기를 마친 뒤 태극기와 플래카드를 흔들며 '빙상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한국의 위상을 확인했다.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도 아쉬움을 털어버리고 태극기를 흔들고 응원단에게 큰절을 올리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날 은메달 2개를 목에 건 성시백(23.용인시청)은 "바쁘신 와중에도 경기장을 찾아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경기 들어가기 전에 응원하러 온 것을 봤는데, 큰 힘이 됐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밴쿠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