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가 좋아 메달을 예상했지만 그렇다고 금메달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기적과도 같은 레이스를 펼치며, 그는 올림픽에서 시상대 가장자리에 오르는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올림픽 금메달까지 단 3번의 레이스면 충분했다.

'신기록 제조기' 이승훈(한국체대)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만m 결선에서 기적과도 같은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신기원을 썼다. 이승훈은 24일 오전(한국시각), 캐나다 밴쿠버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만m 결선에서 역주를 펼친 끝에 12분 58초 55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이승훈은 대회 둘째 날, 남자 50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데 이어 그보다 더 값진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장거리 빙속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쇼트트랙 선수에서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쾌거를 이뤄낸 이승훈은 사실 1만m 경험이 단 두 차례밖에 없던 선수였다. 지난해 12월, 서울 태릉에서 열린 전국 남녀 종합 빙상선수권에서 처음 1만m를 뛰었다. 하지만, 단 두 달만의 세계를 정복한 진가를 발휘했다.



처음 1만m를 뛸 때부터 이승훈은 달랐다. 첫 경험이었지만 자신감 있는 레이스를 펼친 끝에 14분 01초 64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기존의 한국 기록(14분 36초 71)을 무려 35초07이나 앞당겼다. 그때부터 스피드 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에 완전히 강점을 보인 이승훈은 지난달, 일본 훗카이도 오비히로에서 열린 아시아 선수권에서 13분 21초 04로 역시 종전 기록보다 40초 60을 앞당기며 '신기록 제조기'로서의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종전 기록을 20초 이상 또 단축하며 마침내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단 두 달 만에 무려 1분 03초 09를 앞당긴 셈이다.

이승훈은 다른 톱랭커들과도 확연히 달랐다. 다른 선수들이 초반에 오버 페이스를 하다가 막판에 체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보였을 때 이승훈은 초반부터 페이스를 유지해 '막판 스퍼트'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31초대 중반을 기록하다가 막판 2바퀴에 31초대 초반, 30초대 후반으로 기록을 올리면서 이승훈은 신기록 내기 힘들다던 리치먼드 오벌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쇼트트랙 선수 생활을 하면서 얻은 강점을 충분히 발휘해 코너링, 체력에서 월등한 기량을 보여주며 마침내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른 이승훈. 적어도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장거리 분야에서 최고 실력을 발휘한 선수는 서양 선수가 아닌 바로 태극마크를 단 한국 선수, 이승훈이었다.

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