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과 악연이 깊은 아폴로 안톤 오노(28)가 미국 동계올림픽 역사를 새로 쓰며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오노는 21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세움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1분24초128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한국의 이정수(단국대.1분23초747), 이호석(고양시청.1분23초801)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부터 참가한 오노는 이날 동메달 하나를 추가해 세 차례 동계올림픽에서 총 7개의 메달(금2, 은2, 동3)을 수확하며 미국 선수로는 대회 최다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오노는 2002년 1,500m에서 `헐리우드 액션'으로 한국 김동성의 실격을 이끌어내며 금메달을 따 한국 쇼트트랙과 악연을 시작했다.

당시 1,000m에서 은메달을 추가했던 오노는 4년 뒤 2006년 토리노 대회 때는 500m에서 금메달을 땄고 1,000m와 5,000m계주에서 각각 동메달을 가져갔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는 지난 14일 이정수가 금메달을 딴 1,500m 결승에서 앞서 가던 성시백(용인시청)과 이호석이 충돌해 뒹굴면서 행운의 은메달을 차지해 대회 통산 여섯 번째 메달을 목에 걸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은메달을 딴 뒤 마치 우승한 것처럼 기뻐하던 오노는 "레이스 막판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때처럼 또 다른 실격이 나오기를 희망했다"고 말해 또 한 번 한국 팬들의 공분을 샀다.

하지만 이 메달로 오노는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보니 블레어(금5 은1)와 함께 역대 미국 선수 중 동계올림픽 최다 메달리스트가 됐다.

한국에서의 좋지 않은 평가와는 달리 미국에서 오노는 신기록 수립을 앞둔 영웅으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오노를 "미국의 겨울 제왕"이라고 추켜 세우며 그가 동계올림픽 역사상 7번째 메달을 딴 것을 스포츠면 톱기사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정수, 이호식에 이어 3위로 마지막 트랩을 돌고 있는 오노의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싣고 그가 마지막 두 바퀴도 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넘어져 3위에 그쳤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오노는 인터뷰에서 "나는 올림픽에 출전하면서 어떤 기록을 세우려는 생각은 결코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노는 앞으로 남자 500m와 5,000m 계주를 남겨 둬 추가 메달 획득을 노리고 있다.

현재 동계올림픽 최다 메달리스트는 12개의 메달(금8 은4)을 획득한 노르웨이의 뵈른 달리(크로스컨트리)다.

(밴쿠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