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 탄환' 샤니 데이비스(28.미국)가 밴쿠버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2연패를 달성하며 최강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18일 결승에서 맨 마지막 조로 뛴 데이비스는 1분08초94를 기록해 앞서 1위를 달리던 모태범(21.한국체대.1분09초12)을 0.18초차로 밀어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위를 확인한 데이비스는 태극기를 등에 두른 모태범과 함께 빙상을 돌며 우승 세리모니를 했다.

시상식 단상에서는 성조기를 들고 두 팔을 벌리며 기쁨을 만끽했고, "힘든 레이스였다.

하지만 내가 이를 뚫고 잘해냈다는 점에 만족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모태범이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면 흑인인 데이비스는 세계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에 잇따라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데이비스는 이날 1,000m에서 우승하면서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이 종목에서 두 대회 연속으로 금메달을 딴 주인공이 됐다.

또 1994년 노르웨이의 요한 올라프 코스(1,500m) 이후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첫 선수라는 영예도 얻었다.

특히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는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동계올림픽 개인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데이비스는 1,000m 종목 세계기록(1분06초42)도 갖고 있다.

또 이번 올림픽에 앞서 출전한 네 차례 월드컵에서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을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아울러 데이비스는 시상식에서 동메달리스트 채드 헤드릭(미국)과 함께 성조기를 들며 둘 사이의 해묵은 앙금도 털어버렸다.

헤드릭은 2006년 토리노 올림픽 때 데이비스가 팀 추월 경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이기적이고 애국심이 없다'고 비난하는 등 당시 둘은 날카로운 설전을 벌였다.

데이비스는 또 이번 대회에서 스피드스케이팅 5종목(500m, 1,000m, 1,500m, 5,000m, 1만m) 출전권을 모두 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단체 종목인 팀 추월 경기만 빼고 개인 종목에는 모두 나설 수 있는 셈이다.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에서는 30년 전인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대회에서 '빙속 전설' 에릭 하이든이 동계올림픽 개인 종목 5개에 출전해 5관왕에 오른 바 있다.

데이비스는 어릴 때부터 스케이팅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두 살 때부터 롤러스케이트를 탔으며 6살 때부터 빙판에 서기 시작했다.

17살이 되던 2001년에는 미국 스케이팅 사상 첫 흑인 대표선수가 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스피드스케이팅뿐 아니라 쇼트트랙에서도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미국 남자 스케이팅 선수로는 처음으로 2004년과 2005년 두 부문에서 동시에 국가대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쇼트트랙에도 각별한 애정을 가진 데이비스는 1,000m에서 금메달을 딴 후 미국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데이비스는 "쇼트트랙 팀에는 장권옥, 전재순 등 훌륭한 한국인 코치가 있다"며 "이들은 나를 무척 많이 도와줬고 쇼트트랙 팀과 함께 훈련을 하게 허락해줬다"고 말했다.

데이비스는 21일 토리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1,500m에 출전해 대회 2관왕을 노린다.

데이비스는 1,500m 종목에서도 1분41초04의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